병신춤
           윤 한 로


그딴 춤이야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에
장소팔이 형님처럼 추면 되지
옥진이 성님처럼 추면 되지
장에 소 팔라 가듯이
아니면
봄날 비탈에, 뚝방에 이른 쑥 캐드키
밭두럭 타고 오줌 누드키
후여후여
다릿간이란 다릿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
역전이란 역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
아니야아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나는 자 위에 기는 자 있다더라
병신스러이 병신스러이 추리라
미웁게 미웁게 추리라
접시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어버릴라
아프게 아프게 추리라
우리가 말이요
공갈로, 아주 공갈로
이쁘게 이쁘게 추리다
착하게 착하게 추리다


시작 메모
이상이 오감도에서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해서 13인의 아해까지 나간 것 보담야, 우리나라 봉산탈춤에서 목중들이 ‘아니야아, 그래애이, 내 가서 자세히 살펴보고 오마, 첫째 목중이, 둘째 목중이, 셋째 목중이, 이렇게 여덟 목중들이 노래 부르고 또 춤까지 추며 뛰어가 저희 노장님을 살펴보더니 제각각 대망이니, 옹기항아리니, 숯검정이니 하면서 멋대로 씨부리는 대목들이 좀 병신스러워도 훨, 아름답더라. 정겹더라. 상징에 상징적이더라. 오날날 이상 오감도 후예들아. 나는 계속 우리나라 타령만 하련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