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윤 한 로
내가 누구에요
몇 살이나 먹었나요
여기는 어딘가요
어떻게 나가요
곱게 늙으셨는데
되게도 똑똑하셨는데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셨는데
그 많던 세상 지식 지혜 다 잊어버려
문 하나 열 줄 모르는구나
개망할라니 욕을, 욕을 밥먹듯이 하시는구나
홀딱 벗고 가방을 옷이라고
가방이라고 자꾸 입으시는구랴
외로우면, 다 떠나가고 외로움이 뼈에 저미면
때갈스러워지는구나 뻔뻔스러워지는구나
남사스러버라! 그 가방
나도 입고 싶네요
시작 메모
나이든 치매 노인들 보라. 얼마나 때갈스럽고 뻔뻔한가. 오히려 떳떳하기까지 한가. 그 잘난 세상 지식, 지혜 다 버리니 비로소 존재에 대해 바라보는구나, 파악하는구나. 잔대가리 굴리시지 않고 왠만한 철학자보다 철인이시로다. 순수하고 가식없고 아름답고 뼈저리게 외로운 원룸 철인들. 나도 그대들도 머잖았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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