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현재 30여개의 경마장이 있다. 유럽이 전반적으로 선진적 형태의 경마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앞서 소개한 영국이나 프랑스 등에 비해 다소 뒤쳐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호에서는 전설의 ‘네아르코’와 ‘리보’로 유명한 이탈리아 경마에 대해 알아본다.

‘네아르코’와 ‘리보’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 역시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영국으로부터 서러브렛을 들여오면서 경마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탈리아는 1808년 서러브렛 도입과 동시에 경마장을 개장, 그 첫 번째 경주를 시행했다.
1880년 이탈리아 자키클럽 탄생, 1884년 로마경마장 오픈, 1888년 밀라노경마장 개장 등 이때는 이탈리아 경마가 부쩍 성장하며 본격궤도에 오른 시기이기도 한다. 프랑스와 독일이 영국을 모델로 치밀한 노력을 기울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역시 프랑스를 좇기 위해 많은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독일과 이탈리아는 국민성에서 차이를 보였으므로 독일과 같이 순탄한 성장을 이루지는 못한 게 이탈리아 경마의 가장 치명적 요소였다.
즉, 독일민족이 하나로 뭉쳐 정말 프랑스를 따라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면 이탈리아는 통일의지가 전무해 지방마다 제각각인 양상을 띠었다는 것.
그러나 경마계를 뒤엎을 페드리코 테시오의 등장으로 이탈리아 경마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경마장을 만들고 서러브렛 생산에 박차를 가해 현대 경주마 혈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네아르코’를 생산해 냈다. 당시 등장한 ‘네아르코’와 ‘리보’등은 프랑스 개선문상을 제패하며 세계적 경주마로 이름을 드높이게 된다. 이에따라 자연히 이탈리아 경마도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게되나 테시오의 사망이후 그를 승계할 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아 또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고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경마는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잘 알려지다시피 인근의 유럽 국가들 처럼 중앙 중심형의 국가가 아니다. 긴 장화 모양의 국토처럼 정치, 민족, 문화 면에서 제각각의 모양을 드러낸다. 경마장도 이런 지역색에 따라 분포하지만 주로 밀라노, 토스카나와 같은 북부지방에 밀집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야간경마가 많은 편이고 또한 연중무휴로 시행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
또한 영국과 마찬가지로 북메이커가 많은 편인데 주로 단승식 위주로 마권이 판매되며 연승을 취급하는 곳도 더러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복승식 마권은 취급하지 않는다.
주요 경마장의 모든 경주는 TV, 라디오와 같은 공중매체가 생중계하며 로마, 밀라노, 피렌체 등 대도시에는 장외발매소도 있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이탈리아에선 야간경마를…
이탈리아에서는 6월에서 9월 동안 아주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야간경마가 주를 이룬다.
원래는 영업상의 이유로 야간경마가 시작됐지만 이곳의 기후, 풍토에서 본다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된다.
로마 남쪽 지역은 뜨거운 태양과 이로인한 토양의 과열화로 여름 한낮에 경마를 한다면 아마 경주마도 사람도 모두 죽어버릴 것이다.
야간경마 제1경주는 오후 7시에 발주하며 마지막 경주는 밤 11시 45분 경에야 막이 내린다. 물론 아무리 늦어도 그날안에 끝나는게 이탈리아 경마지만 국민성으로 본다면 시간감각은 상당히 무딘 편이다.
애초에 발주시간부터 지연되든지 혹은 중간에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해 늦춰지든지 마지막 경주를 마치는 시각은 보통 밤 12시를 넘길 때도 부지기수다. 일단 놀기 시작하면 철저히 즐기는 것이 이나라 국민성이기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