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 경마계에도 영향
-영국 시발점으로 전 유럽에 확산 움직임
-예정된 경마대회 잇단 취소 사태

광우병 악령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전 유럽이 구제역 파동에 휘말리고 있다.
파동의 진원지는 경마 종주국인 영국. 영국은 지난 2월 19일 동부의 에섹스주 리틀 월리의
한 도살장에서 돼지 27마리가 구제역에 걸리는 등 20년만에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밝혔
다. 지난 1967년 구제역 파동 당시 50만마리에 이르는 가축을 도살했던 영국은 이번에도 구제역 방제를 위해 이미 2만5천마리 이상의 가축을 도살했거나 도살하기로 계획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미국, 아일랜드 등이 21일 영국산 육류 및 관련 제품 수입을 전
면 금지하는 등 영국의 구제역 파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의 영국산 육류제품 수입금지와 별도로 긴급 예방조치를 취했다. 프랑스는 21일 농업박람회를 위해 영국에서 들여온 한 트럭분의 말들을 돌려보내고 영국 가축들의 혈액을 검사하는 등 경계태세에 들어갔다고 22일 농무부 식품안전국(DGAL)이 밝혔다. 이와 함께 구제역이 바람을 통해 프랑스로 건너올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6일 이후 프랑스와 영국간 풍향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독일은 지난 3주간 영국에서 들어온 모든 가축을 대상으로 구제역 감염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독일 농무부 대변인은 이 밖에 지난 1일 이후 수입된 영국산 유제품을 두 번 이상 끓여 먹도록 하는 등 예방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 21일 태국 가축국이 태국 동북부 지역에서도 구제역이 발생, 소 80여마리가 숨졌다고 밝혔고, 대만에서도 돼지 3마리의 감염이 확인되는 등 자칫 이번 구제역 파동이 전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구제역의 불똥은 경마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구제역이 직접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사람이 구제역 발생지역을 통과했을 경우 신발 등을 통해 이 병을 타지역으로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 영국 자키 클럽은 일단 적어도 3월 7일까지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모든 경마대회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말이 직접 구제역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나, 위험 요소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 이에 따라 2월 27일 잉글랜드 뉴캐슬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마대회는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취소됐고,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챌턴햄 축제도 마구간 방역작업 등으로 대회 개최를 자신하는 주최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차질없이 진행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4월8일 에인트리경마장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 최대규모의 경마축제인 그랜드내셔널대회(리버풀에서 열리는 대장애물 경마대회)도 영국 농무부의 결정에 따라 개최여부가 판가름날 공산이 크다. 한편 영국에서 구제역이 한창이었던 지난 1967,68년에도 6주동안 경마가 중지된 적이 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