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 경마회(JRA)는 지난해 밀레니엄 캠페인 “Dream Horses 2000” 행사를 통해서 21세기에 남겨두고 싶은 명
마 100마리를 선정했다. 20세기 명마 대투표는 일본 인터넷 홈페이지(www.jra.go.jp)를 통해서 실시됐고 모두 54만8천
8백45명이 투표해 3만7천7백98표를 얻은 ‘나리타브라이언’(Narita Brian)이 20세기 일본 최고의 경주마로 선정됐다.
이번호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경마 강국으로 우뚝 선 이웃 일본이 지난 100년간에 최고의 명마로 꼽은 경주마들로는 어떤 경
주마가 있는지 살펴보며, 그중 몇 두의 경주마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표〉 인기 순위 결과
순위 마명            총표수
1위 Narita Brian     37,798
2위 Special Week    31,061
3위 Oguri Cap       27,886
4위 Silence Suzuka   25,110
5위 Tokai Teio       24,782
6위 Symboli Rudolf   22,521
7위 Shinzan          17,159
8위 Haiseiko          15,302
9위 Air Groove       14,182
10위 Elcondor Pasa    13,667
11위 Rice Shawer      13,442
12위 Mejiro Mc Queen 13,419
13위 Grass Wonder    12,975
14위 Ten Point        12,138
15위 Mayano Top Gun 12,076
16위 Taiki Shuttle      8,312
17위 Mihono Bourdon   7,474
18위 Mr.C.B            7,271
19위 Mejiro Dober      6,739
20위 Biwa Hayahide    6,292

- 1위: 일본의 자존심, ‘나리타브라이언’(Narita Brian)
‘나리타브라이언’은 일본 사상 최강마라 불리우는 명마다. 94년 일본의 삼관경주라 일컫는 스즈끼상(1600m), 일본더비 (2400m), 카키상(3000m)을 모두 승리하며, 21전 12승이란 기록을 올렸던 경주마다. 일본의 삼관경주는 거리, 코스, 계절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상당한 능력마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도전이고, 역대로 봐도 5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나리타브라이언’이 최고라고 평가되는 이유는 스즈끼상과 일본더비에서 각각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우승을 차지한데다, 2위와의 거리차도 3½마신, 5마신, 7마신으로 모두 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받는 듯 하다.
물론 5세때 부상으로 인해서 연승 기록에 종지부는 찍었지만, 이후 보여준 거듭된 참패와 이듬해의 기적적인 부활 등으로 그의 강렬함은 일본 경마팬들의 뇌리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듯 하다.
물론 그래서 팬투표 1위는 언제나 ‘나리타브라이언’의 몫이다.

- 2위: 98년 더비 우승마, ‘스페셜위크’(Special Week)
2위를 차지한 ‘스페셜위크’(Special Week)는 국내 경마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경주마다.
지난 98년 일본더비 우승과 그 해 가을 저펜컵에서 영국 최고의 경주마 ‘몬쥬’를 꺾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마필이다.
수년째 일본 최고 씨수말로 활약하고 있는  ‘선데이사일런스’의 자마이며 통산 17전 10승의 기록을 남겼다.
물론 능력도 출중한 경주마였지만, 아무래도 세기말에 활약도가 높았던 탓에 인기순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 3위: 불굴의 투지마, ‘오구리캡’(Oguri Cap)
‘오구리캡’(Oguri Cap)은 그가 올렸던 성적보다도 불굴의 투지 때문에 일본 경마팬들이 잊지 못하는 명마다.
지방경마장에서 12전 10승을 기록하고 중앙경마장으로 입문한 경력도 이채롭지만, 대부분의 지방경마장 경주마와는 다르게
중앙경마장에서도 승승장구를 했기 때문이다. 등록된 혈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클래식 경주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출전할
수 있는 모든 레이스에 출전해 승리와 참패를 거듭하면서 하나 하나의 레이스가 일본 경마팬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의 불
굴의 투지가 인기를 얻게 한 것이다. 특히 은퇴 레이스였던 90년 유마기념(G1)에서 극적인 승리를 차지함으로써 더욱더 일
본 경마팬들은 잊을 수 없다.

- 4위: 역대 최고의 도주마, ‘사일런스수주카’(Silence Suzuka)
4위를 차지한 ‘사일런스수주카’(Silence Suzuka)는 전형적인 도주마로 일본 경마팬을 사로잡은 경주마다.
페이스조절 없이 무조건 도주작전으로만 경주를 전개했던 ‘사일런스수주카’는 비록 그가 우승한 경마대회가 98년 보총기
념 경주외에는 없지만, 그의 도주력으로 명마라 일컫는 ‘엘콘도르파사’, ‘그래스원더’, ‘에어그루브’ 등을 모두 꺾는
활약을 했다.
98년 천황상 경주에서 경주중 골절로 인해서 은퇴해 경주마로서의 인생을 마감했으며, 총 15전 9승의 성적을 남겼다.
때론 엄청난 도주작전이 성공해 대차이의 우승이 있었는가하면 반대로 허무하게 무너지며 팬들을 실망시킨적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그런 강렬한 도주력 때문에 일본 경마팬들이 잊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 6위: 무적의 7관마, ‘심볼리루돌프’(Symboli Rudolf)
‘심보리루돌프’(Symboli Rudolf)는 일본 최고의 명마라 칭하는 ‘나리타브라이언’과 쌍벽을 이루는 명마로 평가받는
다.
일본 3관경주를 제패하였고, 그 외에도 유마기념 2연패와 천황상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렇게 명마
로 자리매김한 ‘심볼리루돌프’는 일본 경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해외 진출까지 단행했으나 아쉽게도 입상권에 실패하
며 꿈을 접었다.
‘심볼리루돌프’는 15전 13승이라는 퍼펙트한 전적과 수많은 강자를 물리치며 연승을 거뒀던 일본 명마로 일본인들에 기
억되고 있다.

- 7위: 원로 경마팬이 잊지 못한 ‘신잔’(Shinzan)
‘신잔’(Shinzan)은 1961년생으로 그를 기억하는 50대, 60대에 이르는 노년층들의 집중적인 투표로 7위를 차지했다.
‘신잔’은 일본 역사상 첫 번째로 삼관경주를 우승한 외에도 19전 15승이라는 기록적인 승수를 올리고 은퇴한 경주마였
다. 이러한 능력 발휘 덕택에 ‘신잔’은 은퇴후에도 “‘신잔’을 뛰어 넘어라!”란 표어가 등장할 정도였다고 한다.
‘신잔’은 씨수말로 데뷔해서도 삼관경주 우승마를 배출하는 등 활약했으며, 경주마로서는 기록적으로 40세까지 삶을 이어
가는 진기록도 세웠다.

- 27위: 지난해 G1경주 싹쓸이, ‘티엠오페라오’(T.M Opera O)
‘티엠오페라오’(T.M Opera O)는 지난해 일본 경마를 평정한 경주마였다.
4세 이상마가 참가할 수 있는 4개의 G1 경주를 모두 우승으로 장식하는 쾌거를 이뤄 상금 부분에서 일본 역사상 최고를 기록한 경주마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이력을 봤을 때 그가 이정도 표밖에 얻지 못한 것은 상당한 의외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것은 이 투표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마도 투표가 좀 더 늦게 이루어졌더라면 ‘티엠오페라오’의 순위도 상당히 상위권에 속했을 것이다.
아무튼 99년까지 대부분의 경마대회에서 번번이 2위, 3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던 ‘티엠오페라오’는 올해 들어서 완전히 능력이 만개한 느낌이며, 현재 그의 아성을 깨뜨릴만한 경주마가 없기 때문에 올해 역시 상당한 활약이 기대된다.
따라서 지금 일본경마는 ‘티엠오페라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명가가 언제 나올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