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적 경마문화와 국가적 인프라 구축이 이뤄낸 결실

홍콩은 비좁은 도시국가로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 방식의 승마(勝馬)투표권 발매시설을 무작정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홍콩은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베팅에 대한 경마팬의 반응이 매우 좋은 데다 자체 보유한 전산기술의 꾸준한 개량을 통해서 고객에게 보다 편리하게 경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시각에서 일찍이 전화투표방식의 재택투표를 시행하게 됐다.
전화투표는 74년 처음 CRT(Cathode ray tube) 방식으로 시행하였는데 이 방식은 경마팬이 클럽에 미리 구좌를 터놓고 집 또는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어 전화투표소 종사자에게 자기가 구입할 마권 즉 경주번호, 마번, 금액 등을 불러주면 종사자는 이를 해당 구좌에 입력시키고 적중되면 배당금이 해당 구좌로 시행체 전산기에 의해 자동계산 입금되고, 적중되지 않으면 해당 구좌에서 베팅한 금액만큼 출금되는 방식이다.
홍콩 전화투표제 발전의 요인은 1985년에 도입된 전자식 자금이체 터미널(EFT : Electronic Funds Transfer Terminal)을 들 수 있겠다. EFT는 은행계좌의 자금을 시행체 전화투표 계좌로 이체시키거나 시행체 전화투표 계좌에서 은행계좌로 이체할 때 사용되는 기계로서 부가적으로 잔고확인 기능도 소지하고 있다. EFT기기는 은행과 연결돼 클럽, 경마장, 장외발매소에 고루 배치돼 있다. 지금은 경마 이외에도 모든 상거래간에 EFT가 일반화돼 있어 홍콩에는 시내 곳곳에 은행 이외의 지역에도 EFT기기가 널려 있을 정도다.
홍콩 전화투표제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된 것은 89년 휴대용 발매기 CIT(Customer Input Terminal)의 등장이다. CIT의 등장으로 고객들은 녹음기 정도 크기의 휴대용 단말기를 자체 구입하거나 클럽으로부터 임대하여, 집 또는 사무실에서 단말기 화면을 보면서 자기가 구입하고자 하는 마권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전화잭(Jack)만 있으면 가정이나 직장 어느 곳에서나 이용이 가능한데, 현재 홍콩에는 경마장내 클럽, 식당, 관람대내 곳곳에 전화잭(Jack)을 설치해 놓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홍콩 전화투표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홍콩인들의 경마에 대한 선진적인 의식과 문화일 것이다. 홍콩 국민들의 경마 인식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매우 호의적이고, 재택투표가 가능하도록 전문지가 시내 곳곳에 가판형식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주말이면 일간신문들이 경마 특집을 별지에 인쇄, 신문을 통해서도 어느 경주, 어느 말에 베팅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도록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유료 경마정보 제공업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도 수없이 많고 방송국에서도 실황을 녹화방송하고 여타 정보는 휴대용 단말기 자체를 통해 얻을 수 있으므로 경마정보 전달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
어렵게 시작한 케이블TV의 경마 방송에 대해서도 ‘사행성 조장’의 멍에를 씌우는 우리 현실에는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