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경마 열기
홍콩경마의 열기는 실로 대단하다. 필사적으로 말을 응원하고 아우성치는 홍콩 경마팬들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객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할 정도다. 돈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 경마에 대한 집념으로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홍콩 경마팬들의 모습.  
여의도 4배정도의 면적에 600만명의 인구로 세계 최고의 인구 밀집도, 거기에 우리나라 3배정도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홍콩. 높은 소득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는 높은 반면,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인구로 즐길 수 있는 여가가 한정돼 있는 홍콩 사람들에게 경마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법으로 도박을 금하고 있는 홍콩에서는 누구도 경마를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최고의 스포츠인 경마를 도박으로 치부해 버린다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전체인구의 3/4가량이 경마를 즐기는 홍콩에선 평범한 주부도 서슴없이 경마팬임을 자부하고, 관광가이드가 경마장을 최고의 관광코스로 안내할 정도다. 택시 기사들은 경마에 관한 질문을 하면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해주며, 경마가 사교계에서도 훌륭한 화제거리로 회자된다. 최근 들어 우리의 경마장에도 여성팬과 가족 단위 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홍콩 경마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홍콩 경마장에서는 최고급 패션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높은 톤의 목소리로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경마가 도박이 아닌 최고의 스포츠로 인식되는 것이 단지 그들의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경마가 아직도 도박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고, 많은 부정과 비리 의혹에 시달리고, 시행체와 팬들 사이의 괴리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홍콩경마는 적극적인 팬서비스와 사회 기여로 팬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경마를 이끌어 가는 마주, 조교사, 기수들의 공정경마에 대한 의지가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홍콩의 최상류 명사로 인정받고 있으며 자신들의 명예와 위신에 흠이라도 생길까봐 경마의 공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거기에 언제 어디서나 경마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TV중계, 100개가 넘는 지점과 선진적인 전화투표제 등 홍콩경마는 이미 해묵은 도박 논쟁을 넘어선 지 오래다.
홍콩경마의 베팅액수는 지난 96/97년 시즌에 미화 약 12조 달러를 넘어서 세계최고를 자랑한다. 홍콩경마와 비교할 때, 아직도 매출규모에서 쳐져 있으면서도 돈이 걸려 있는 한 경마가 도박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해묵은 자괴감에 빠져있는 우리경마의 현실. 공정경마를 실현하고 팬들과 가까워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행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즐기는 경마팬들. 경마가 최고의 스포츠를 넘어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홍콩의 경마문화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