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벨몬트 스테익스 우승마 ‘유니온래그즈’ 모마의 생산당시 나이는 20세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새 기형아 출산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원인은 산모의 노령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주마 생산에 있어서도, 고령의 씨암말 자마에 대해 마이너스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씨암말 연령으로 대개 6세~12세를 양질의 자마 생산을 위한 적정 시기로 보기 때문에 만약 이러한 적정기를 넘겨 생산될 경우 노령으로 인한 자궁의 쇠약, 초유(初乳)의 질 저하가 자마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경매시장을 보더라도 고령의 씨암말 자마가 고가로 낙찰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설상가상 경매 카탈로그에 OMS(Old Mare Syndrome) 즉, 고령 암말 증후군 이라는 기록이 있다면 자마의 가격은 바닥을 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유럽 주요 경마대회를 우승한 경주마 대다수의 모마 나이는 7~8세로, 그 비율은 전체 50% 이상이다. 미국의 경우도 주요 경마대회 우승마의 48%가 모마의 연령이 8세 이하다. 심지어 GⅠ우승마 ‘아마론’을 비롯해 한 해 수득상금만 20만 불 이상을 기록한 ‘킹스 아포슬’, ‘르 하브르’. ‘로드 샤나킬’의 모마는 4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노령 씨암말이 배출한 자마는 실제성적에서 부진할까.
2012년 한 해 유럽에서는 16세 이상의 씨암말이 배출한 자마 중 무려 63두가 스테익스 경주에서 우승을 기록했다. ‘홈커밍퀸’, ‘임페리얼모나크’, ‘솔레미아’의 모마는 생산 당시 나이가 20세를 훌쩍 넘겼으며, 얼마 전 있었던 영국 2000기니 출전마 ‘조지 밴쿠버’(George Vancouver)의 모마는 22세다. 노령 씨암말의 자마가 부진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는 결과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6세 이상 씨암말 자마의 블랙타입 우승은 117두로, GⅠ우승마도 무려 40두나 된다. 통산 수득상금 100만 불을 훌쩍 넘긴 ‘유니온 래그즈’(Union Rags), ‘알파’(Alpha) 등은 노령 씨암말 자마의 대표적인 사례이고, 2011년 벨몬크스테익스 우승마 ‘룰러 온 아이스’(Ruler On Ice)의 경우 모마의 생산 당시 나이가 20세였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식과 분명 대조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고령 씨암말 자마의 성적이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경우는 전체 씨암말 중 고령의 씨암말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나라다. 고령 씨암말이 전체 씨암말의 약 35%에 불과한데도 이처럼 자마들이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고령 씨암말 자마의 경시풍조가 단지 선입견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더구나 고령 씨암말의 경우 우수 씨수말과의 교배 빈도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과 2009년 각각 세계 경주마 랭킹 1위에 올랐던 ‘씨 더 스타즈’(Sea the Stars)와 ‘케이프 블랑코’(Cape Blanco), 2010 두바이월드컵 시마 클래식 우승마 ‘달레미’(Dar re Mi)와 그의 반형제마 ‘리와일딩’(Rewilding) 등 이름만 들어도 시대를 풍미했던 명마들의 모마의 생산 당시 나이는 모두 20세를 넘겼었다.
잘못된 선입견이 손해를 가져올 수 있음은 비단 경주마 생산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