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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인공 주로가 존폐위기에 직면했다.
북미 캘리포니아 주의 델마 경마장은 지난 2007년 2월에 설치한 인공주로의 사용을 올 연말부로 종료하고 더트 주로로 회귀할 것을 발표했다.
앞서 캘리포니아 주는 인공주로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미국 경마의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배수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산타아니타 경마장이 2010년부로 더트주로로 돌아간 이후 개발 붐에 떠밀려 지난 해 12월 헐리우드 경마장이 문을 닫았고, 이번에 델마 경마장마저 더트 주로로 교체 되고나면 인공주로를 이용하는 경마장은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골든 게이트 경마장만이 남게 된다.
맨 처음 인공주로가 도입된 것은 기존의 더트 주로가 가졌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더트 주로는 여름철 큰 비가 올 경우 신속한 배수가 어려워 경주 전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겨울철 혹한기에는 주로가 얼면서 경주마들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인공주로 시행 이후 이루어진 통계에 의하면 주로의 종류에 따른 경주마의 치사율 차이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공주로에 포함된 왁스나 고무는 열에 쉽게 녹아내리며 노면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하루의 일교차가 큰 지역은 기온이 낮은 아침 주로와 기온이 높은 정오 때의 주로상태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원활한 배수를 기대하며 인공주로를 도입했던 산타 아니타 경마장의 경우는 폭우 시 전혀 배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연일 경마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겨울철 비가 집중되는 지중해성 기후를 반영하지 못한 것. 결국 설치 당시 기대했던 장점보다도 단점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며 캘리포니아 주의 경마장들은 연이어 더트 주로로 복귀를 선언했다.
이에 비해 기온차가 크지 않고 대체적으로 한랭한 기후를 띠어 인공주로가 순조롭게 운영될 것으로 예상됐던 유럽에서조차 더트주로로의 회귀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영국의 울버 햄튼 경마장이다. 최근 울버 햄튼 경마장에서 경주를 치른 경주마들 중 부상을 입는 경우가 부쩍 증가하며 관계자 사이에서는 노후화 된 인공주로를 원인으로 들고 있다. 인공주로의 사용기간은 보통 7년에서 10년 사이인데, 울버 햄튼 경마장이 인공주로를 설치한 것은 2004년으로 올해 10년째를 맞게 된 것. 생명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례 역시 보고되고 있어 트레이너 중 일부는 울버 햄튼 경마장에서의 경주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울버 햄튼 경마장 측은 오는 4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주로의 도입을 고민 중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자연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됐던 인공주로는 현재 가장 큰 갈림길에 놓인 채 존폐의 처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