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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GⅠ급 신설 혹은 월드 시리즈의 부활 등의 대안 제시돼
경주마들이 도전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인 GⅠ급 경주.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GⅠ급 경주는 450개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미의 퇴색을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등급의 경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특별 계급은 속칭 ‘슈퍼 GⅠ’급 경주로 불린다. 사실 경마계의 수뇌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두고 논의가 이어져왔으나 크게 공론화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에 열린 아시아 경마 회의(Asian Racing Conference: ARC) 공개 토론회에서 이 주제가 논의되면서 순식간에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에 대해 유럽 패턴 경주 위원회(European Pattern Committee :EPC) 측은 새로운 등급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뿐이라며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으나 홍콩 쟈키 클럽(Hong Kong Jockey Club : HKJC)의 경주 담당 이사는 토론회 참석자의 60%의 지지를 얻으며 찬성의 의사를 표명했다.
슈퍼 GⅠ급을 적용하는 데에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기준으로”이다. 슈퍼 GⅠ급 경주로 지정하는 기준을 단지 레이팅만으로 정의하게 된다면 대륙별 고른 분배가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이는 세계적인 호응을 얻지 못할 뿐더러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만약 레이팅 순으로 전 세계 경주 중 25개의 슈퍼 GⅠ급 경주 후보군을 선정한다고 가정한다면, 국제 경마 통할 기관 연맹(IFHA)이 게재한 열람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는 해당 경주의 지난 3년 동안 배출한 1위마와 4위마의 연말 레이팅의 평균에 따라 작성된다. 이 기법에 따르면 챔피언 스테익스는 2014년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경주로 선정되게 된다. 이는 2011년 프랭켈(Frankel)의 영향이 큰데, 당시 챔피언 스테익스의 1위와 4위마의 평균 레이팅은 129.75이며 최근 3년간의 평균 기록은 125.58이다. 참고로 개선문상은 현재 123.92를 기록 중이며 브리더즈컵 마일은 123.08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근거해 25개의 후보군을 추려낸다면 영국은 9개, 프랑스 5개, 일본 4개, 미국 3개, 두바이 2개, 아일랜드와 호주는 각각 1개 레이스가 슈퍼 GⅠ급 경주로 지정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국더비(41위), 켄터키더비(43위)와 같이 유명한 경주들은 제외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대표 GⅠ급 경주를 선정하기에는 맬버른컵과 같은 핸디캡 경주들이 문제가 된다. 상금 규모로 선정하는 것 역시 문제가 많은데, 이렇게 될 경우 유럽의 경우는 개선문상과 챔피언 스테익스, 영국더비 등을 제외하고는 후보에도 이름을 내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당시 토론회 참석자 중 약 80%는 경주 당일의 약물 사용을 용인하는 나라에는 슈퍼 GⅠ을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기에 따르면 미국은 슈퍼 GⅠ급 경주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게 된다. 슈퍼 GⅠ 경주 창설은 찬성하는 측은 이러한 어려움들을 인정하면서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의견이다. 그들은 칠레의 GⅠ급 경주와 영국, 아일랜드 혹은 프랑스의 GⅠ급 경주는 분명 차이가 있으며, GⅠ급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지 않는 경주력으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경주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결국 전반적인 경주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을 들여서라도 GⅠ경주의 수를 줄이고, 그중 최고의 것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반대측의 입장은 한마디로 “굳이 왜?”이다. 슈퍼 GⅠ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어떠한 경주가 좋은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구태여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 간의 갈등을 조성할 필요는 없을 뿐더러, 혹 일이 진행된다고 해도 현재 기득권 층의 반대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날선 대립의 대체방안으로 “월드 시리즈의 부활”이 제시되고 있다.
1999년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항공의 협찬으로 시작된 경마의 세계 선수권 시리즈인 <에미리트 월드 시리즈>는 2006년부터 스폰서 계약 관계상 중단되고 말았다. 시리즈 형식으로 각국의 대표적인 GⅠ급 경주들을 통해 최고의 경주마를 가려냈던 이러한 형식은, 개최지 경주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해당 경주의 격을 한 차원 올릴 수 있는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도 매체 선정 및 스폰서 확보 등 해결해야할 문제점 역시 존재해 아직은 확실한 대안책으로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