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더운 날씨이지만 새벽 훈련을 하러 나올 때면 반팔 옷을 입기에는 조금은 쌀쌀하다. 그러나 훈련을 하기에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필자가 속한 28조(조교사 : 최상식)에서 조교사와 마음이 통해서인지 필자는 요즘 훈련하느라 신이 났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마굿간에 와서 아주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필자가 요즘 훈련하는 말중 ‘북평’이라는 망아지가 있는데 경기도 안성에 있는 비봉목장에서 온 망아지다. ‘북평’은 국산 말이지만 포입마다.(포입마:외국에서 임신되어 들어와 국내에서 태어난 말)
우리네 생활이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다 보니 이패저패 나누어지고 파벌싸움이 되기에 필자는 이런 것을 따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필자는 고향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편이다. 말 이야기하다. 갑자기 왠 뚱딴지 같이 고향이야기냐고 하겠지만 ‘북평’이 태어난 안성이 필자의 고향이기 때문에 고향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북평’은 성질도 있고 막말로 이야기하면 깡패 같고 다루기에 좀 까다롭다. 고생 고생하여 하나를 가르쳐 놓으면 또 다른 나쁜 버릇이 생겨나곤 한다. 그런데도 이런 ‘북평’을 좋아하는 것은 같은 동향이기 때문이라니,,, 아!아!아!...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안성에서 왔다는 것으로 좋아하니 어떻게 하랴.....
아무튼 필자는 안성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애지중지 보살피며 훈련을 하는데 역시 성질 깨나 있는 말이다 보니 임대규 기수와 나란히 병행훈련(둘이서 붙여서 하는 훈련)을 하다가 그만 낙마를 하고 말았다. 말이 요동을 치기에 순간 떨어지며 왼손 팔꿈치의 살이 많이 패이는 부상을 당하였다. 그런데 낙마를 하여 부상도 부상이지만 낙마 한곳이 바로 조교 관람대앞이었다. 많은 조교사나 경마 관계자들 앞에서 보기 좋게 업어치기 한판을 당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필자를 내동댕이쳤다.
팔에서 피는 줄줄 흐르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기에 임시 치료를 하고 하루 일을 보다보니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기에 다음날에야 병원에 갔다. 의사는 부상 부위를 보더니 살이 많이 파여 나갔고 하루가 지나고 왔기에 염증이 생겨서 꿰맬 수도 없으니 당분간 술을 먹지는 말고 매일 치료를 받자고 한다. 치료하다가 도저히 아물지 않으면 그때 가서 꿰매자고 한다.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처방제를 주기에 약국에서 약을 타왔다.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괜찮아져서 훈련은 할 수 있었다. 마굿간 관리사들과 훈련을 끝마치고 모여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 도중에 필자는 무심코 주머니에 잡히는 것이 있기에 꺼내었다... 약봉지였다... 손에 끌려 나온 약봉지이기에 주머니에 다시 넣지 않고 들고서 보는데 갑자기 대화를 하던 관리사들의 이야기가 중단되고는 눈들이 ‘띠옹’ ‘띠옹’ 해가지고 필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고 모두가 보기에 필자가 팔을 보이며 팔 부상당하여 먹는 약이라고 하였더니 머뭇거리다가 관리사가 한마디한다. 약은 되도록 마굿간에 들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관리사들도 아파서 약을 들고 와도 서로 이야기를 하고 주의를 한다며 덧붙인다. 말에 약물 나오면 골치아파,,, 하면서, 아무리 아파도 약을 마굿간에는 가지고 오지 말자고 한다.
마굿간에서 일하는 마필관계자(조교사, 기수, 관리사)는 약물에 대하여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경주마에 대한 약물검사를 경주 뛰기 전에 하고 경주 뛰고 난 후에 또 하므로 약물 검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기에 경주에 영향을 주려고 인위적으로 아무도 약물을 투여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수시로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다 보니 항상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성반응이 나오면 마사회에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해당 조는 수사가 끝날 때가지 해체되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약물에 대하여 항상 조심할 수밖에 없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마굿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몸이 아파도 약을 가지고 오지 말아야 되는 우리의 경마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잘나가던 조들이 약물이라는 복병 앞에서 속수 무책으로 어려운 고초를 당하고 있는데 제발 우리의 경마에 ‘약물 양성 반응’이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P.S : 이신영이가 드디어 첫 우승을 하였다. 기수 대기실에서는 기수들에게 음료수가 돌려지고 있다. 첫 우승에 따른 축하 파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있으니 김창옥이가 페케남컵 우승을 하여 또 다시 음료수가 돌려지고 있다. 그래서 시원하게 마셨다. 창옥이는 나의 동기생이라 우리 11기에게는 별도의 자리가 있으니 날을 잡자고 한다. 찐하게 한잔 산다고,,,,,, 이래서 동기생이 우승을 하면 음료수외에 보너스로 술도 얻어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빅경기때는 동기생을 응원을 할 수밖에 없지...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