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착오의 문제

문) 소를 사육하여 판매를 업으로 하는 甲은 소를 사육할 목적으로 乙 소유 과수원을 대금 7천만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1천만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1주일 후 甲은 위 토지가 시설녹지 등으로 편입되어 있어 과수원으로는 이용할 수 있어도 우사를 지어 소를 사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위 매매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고 계약금 1천만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위 사례에서 甲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는가?

답) 위 사안은 동기의 착오가 민법 제109조 본문에 포함되어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착오에 관해 민법 제109조 1항 본문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착오의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으며, 착오 중에서 취소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법률행위의 착오에 한하게 된다.
판례는 표의자 스스로 동기에 착오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의 착오를 배제하는 견해와 그 입장을 같이 한다.  그런데 판례는 소위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동기의 착오에 관해서는 위의 경우와는 달리 제109조에 의한 취소를 긍정한다. 즉 동기를 제공한 것이 상대방이었고, 그러한 동기의 제공으로 인해 선뜻 의사표시를 하게 된 경우에는 그 동기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판례는 다음 4가지인데, 이것은 현재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에 있어서 하나의 독자적 유형을 형성하고 있다. 즉 1) 귀속재산이 아닌데도 공무원이 귀속재산이라고 하여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국가에 증여한 사안. 2) 공무원의 법령 오해로 인해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국가에 증여한 사안. 3) 매매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시 공무원의 말을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안. 4) 채무자가 과거 연체가 없었다는 채권자의 진술만 믿고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을 선 사안 등이 그것이다.
甲은 우사를 지어 소를 사육할 목적으로 乙 소유의 과수원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목적은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게끔 한 동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동기가 매매계약의 전제 내지는 내용으로 편입된 경우에 한해 甲은 제109조에 의해 취소할 수 있다고 볼 것인데, 위 사안에서는 동기로서만 머무르고 있으므로 甲은 乙과의 매매계약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다.  


작 성 자 : 양건식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