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도주력을 선보이며 많은 경마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경주마 ‘자당’이 지난주 일요일 제10경주를 끝으로 경주마 생활을 마감했다.
‘자당’은 다음 주말쯤 제주 대천목장(대표/김경민)으로 내려가 5월부터 교배에 투입돼 본격적인 씨암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산마 경매 원년인 98년 2차 경매에 상장돼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자당’은 그러나 통산 24전 14승(11연승 포함), 99년과 2000년 뚝섬배·2000년 스포츠조선배·2000년 동아일보배 등 경마대회 4관왕 위업을 달성하며 2000년에는 국산마로서 연도대표마에 선정되는 영예까지 누렸다.
또한 탁월한 경주 능력으로 1200m, 1400m, 1700m, 1800m 등 단거리·장거리 가리지 않고 주파기록 경신을 일궈내기도 했다.
‘자당’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은 시원한 도주력과 암말답지 않은 끈기로 결승선 상에서 뒷말들과 더욱 격차를 벌리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새강자’‘무비동자’‘즐거운파티’, 그리고 퇴역한 ‘만석꾼’등 국산마 제1세대를 열어갔던 주역들과 함께 ‘자당’은 최고의 국산마로 군림했었다.
그런 ‘자당’이 이제 고별전을 마치고 생산에 전념하게 된다니 새로운 출발에 더욱 큰 기대를 가져 본다.
최고의 경주마였던만큼 ‘자당’은 씨암말로서도 많은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탁월한 순발력은 자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칠 매력적인 요소며, 국내 경주로 환경에 잘 적응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요소다.
어떤 혈통의 씨수말과 교배할 것인가의 문제는 차후 목장 및 교배 관계자들이 맡아야 할 몫이며, 앞으로 제2·제3의 ‘자당’이 나타나 최고의 스프린터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팬들은 물론 경마관계자들에게도 크나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화려했던 전적만큼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던 ‘자당’의 은퇴에 대해 경마계 안팎에서는 아쉬움과 환영이 교차하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슬럼프를 떨치지 못한채 고별전에서마저 6위에 그치며 과거의 영광을 살리지 못하고 은퇴하게 됐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6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교배를 시작함으로써 왕성한 생산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0연승 이상, 1군 대회 2차례 이상 우승’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면서, 또 그토록 오랜 시간 수많은 경마팬과 관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으면서도 ‘자당’이 은퇴식이나 고별 인사 없이 떠나는 것은 아쉬움을 남겨주는 대목이다.
올 7월까지로 예정된 교배시즌동안 임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했다는 마방 관계자의 설명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좀 더 은퇴 시기를 서두르거나 은퇴식 일정을 앞당기는 등의 배려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한편, 많은 혈통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암말들이 막상 생산활동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씨암말로서 ‘자당’의 향후 전망 역시 섣불리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속도’‘조흥백년’‘금맥’ 등이 그러한데, 이는 국내로 수입되는 경주마의 수준이 혈통이나 경주력 면에서 씨수말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당’의 경우는 순수 국산마였다는 점에서 일단 실험 가치가 높다. ‘자당’이 성공할 경우,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왔던 ‘에스빠스’‘선봉대감’‘햇빛마을’등도 향후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주마 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열어가는 ‘자당’이 씨암말로서도 성공해 그 자마들이 좋은 성적을 내주었으면 하는 것은 모든 경마관계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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