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확정된 금년도 경마상금(안)을 놓고 기수협회와 마사회 간 첨예한 대립구도가 형성돼 또다시 경마시행에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상금안 확정 과정에서 당초 협의 내용이 상당 부분 달라졌고 이에 대한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는 점에 기수협회는 반발하고 있으며, 마사회는 여러 단체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했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마사회와 각 경마단체간 상금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 사항으로 떠올랐던 것은 기수, 조교사, 관리사 등 경마종사자에 대한 복리후생비, 즉 비경쟁성상금의 경쟁성상금으로의 전환이었다.
한국마사회는 제도개선안과 경영진단결과를 토대로 경쟁성상금의 강화 필요성을 절감, 금년도 경마상금 협상에서 이 부분에 대한 관철 의지를 확고히 한 바 있다.
반면 기수, 조교사, 관리사 등 경마종사자는 기본 생계비의 보장 차원에서 더 이상의 경쟁성 강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마사회의 경쟁성전환 방침에 강력히 반발했었다.
기수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면서 새벽훈련 단축, 경주시간 지연 등 경마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여 당시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됐고, 조교사협회 역시 경쟁성 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황의 반전은 기수협회가 임시총회를 개최해 기수회원들의 인준하에 마사회의 수정제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였다. 지난해 11월 16일 기수협회 전 회원은 경마발전이라는 대전제를 이행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마사회의 상금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고, 경마상금협상은 이후 급진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후 2개월여가 지나 마사회가 농림부의 승인을 받고 2월부터 본격 적용된 상금안을 들여다보면 당시와는 그 내용이 상당부분 달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마사회가 사활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의지를 천명했던 경쟁성상금 강화 부분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이다.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그리고 조교사협회노조(관리사노조)까지 고루 협상 파트너로 삼아 경마상금협상을 해야했던 마사회로서는 모든 단체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한편으로는 경마상금협상의 원칙이 무엇이었는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경마상금 협상은 모든 단체가 고루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경마발전을 위한 제도개선까지 이뤄야 별다른 잡음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경마상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금년도 경마상금협상에서 그 기준과 원칙은 바로 경쟁성상금의 강화였다. 공상치료비의 사후정산 및 실사 반영(기수협회 요구), 관리사인력충원 및 복리향상(조교사협회 요구) 등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 상당 부분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했고 실제 인상률도 16%로 예년에 비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기준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사기업에서 노사간 임금협상하듯 진행되는 경마상금협상은 의미가 없다. 경마팬에게 최상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원활한 경마시행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끔 적절한 수위에서 상금의 규모를 산출한 뒤 그 종사자에게 배분하는 것이 마사회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준과 원칙을 지켜가면서 경마상금협상과 경마제도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 바탕에는 물론 경마단체간 신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언제 원칙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신 속에서 경마상금협상은 원만히 진행될 리 없고, 당장 해결된다 하더라도 문제의 불씨는 언제든 남아있는 것이다.
기준과 원칙, 그리고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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