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예상가·전문가, 일반 경마팬 할 것 없이 ‘요즘 경마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전반적인 출전 두수도 많고 개체별 능력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경주 흐름이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마라는 게 정확히 예측 가능한 속성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경주 전개 양상과 개체별 능력파악, 그리고 그에 따른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아야 흥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경주 편성은 복잡하게 얽힌 경마산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상당히 난해한 양상이다.
매주 3∼4개씩 능력검사가 시행되며 신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 때문인지 외산마·국산마 가릴 것 없이 하위군 경주는 모든 게이트가 꽉꽉 채워진다. 그렇다고 상위군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편성될 리는 없다. 그나마 상위군은 각 마필별 능력이나 상대 평가가 가능하다고는 해도 연말의 그랑프리를 앞둔 최상급 마필들이 출전을 자제하면서 2진급이 대거 몰려 우열 판가름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주만 해도 외국산 3군 핸디캡 경주에 무려 33마리나 출마등록 신청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여름 시즌동안 부족한 외산마 자원으로 7∼8두의 허술한 경주편성이 계속됐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연간 경주마 공급 계획은 정해져 있는데, 왜 경주 편성은 시기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이는 경주마 수급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와 마주협회는 원활한 경마시행을 위해 국산마와 외국산마를 각각 1년에 세차례로 나눠 도입하기로 했지만 국산마의 경우는 개별거래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다 보니 예정된 경매를 다 치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마장에 들어오는 숫자가 계획을 초과하고 있고, 외국산마는 이런저런 내부 문제로 인해 도입 예정 시기가 늦춰지거나 아예 취소되기도 한다. 경주마 수급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그 부작용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안다면 관련단체가 그토록 쉽게 계획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경주마 자원이 연간 꾸준히 공급되고 또 적절히 퇴사하면서 원활한 교체를 해주어야 경주 편성에도 여유가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의 상황은 8개월 넘게 외산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한두달 새에 1백두가 넘는 말들이 불쑥 튀어나오게 되면서 한정된 경주 수가 이를 다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경주질 향상은 경마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다. 선진 경마로 가기 위한 단초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경주질 향상을 위해서는 계획된대로 경주마 도입이 이뤄지는 게 급선무다. 연간 경마시행계획과 더불어 경주마 도입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작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도입 노선이 바뀌어서, 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마방이 부족해서, 혹은 국산마가 과도하게 도입됐기 때문에… 등등의 내부적인 문제는 접어두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의 마필이 공급될 수 있도록 마사회와 마주협회는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경마산업이 고속성장을 거듭할 리 없다. 이미 카지노 산업이 영업이익률 면에서 경마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경쟁산업의 대두와 투자는 이제 고급의 서비스 제공으로 경쟁력을 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정체돼 있는 경마소비자를 더욱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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