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 경마장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것 같아 써도 되나 하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필자는 요즘 같이 각박하고 어수선한 사회에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 글을 쓰기로 했다.
얼마 전 필자는 후배기수의 교통사고 후에 가해자인 후배 가족과 피해자인 유가족의 일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의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은 돈만으로도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배의 교통사고는 이랬다. 새벽 훈련을 하러 경마장으로 오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할머니를 치는 사고였다. 새벽에 교회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서 후배는 차를 획 틀었으나 순간적으로 할머니는 차의 백밀러에 부딪쳐서 쓰러 지셨다. 사고가 나자 할머니는 병원에 옮기어 수술을 받았으나 이틀째 되는 날 돌아가셨다.
주위에서는 당시 횡단보도에서의 사망 사고인데다 신호위반이기에 합의금을 어마어마하게 치러야 할 것 같다며 큰일났다고 했다.. 정말로 심각하고 암담한 일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해 알아보니 할머니는 교회 권사님이시고 평생을 사회봉사를 하셨으며 76살이신 지금도 하시는 봉사활동이 많다고 한다. 이런 훌륭한 분이 돌아가셨으니 이래저래 더 걱정이 많다.
사고가 났기에 후배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유가족과 합의를 진행해야 했는데 유가족 측에서는 경찰조사가 마무리되면 합의하자고 한다. 비록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는 있지만 사고의 모든 것이 후배가 잘못이기에 유가족에게 보상을 얼마나 주고 합의를 하여야 하는지… 이러한 경우에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형을 살수 있다고 법률전문가가 말을 하니 주위에서는 합의금을 엄청나게 부를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가면서 어느덧 경찰 조사는 마무리되었다. 조사가 마무리되자 유가족의 말대로 합의를 하기 위해 유가족 대표와 후배측과 필자는 마주 앉았다. 유가족 대표는 준비한 서류로 합의서를 다 써 준다. 합의서를 다 썼으니 이제는 합의금 문제인데 얼마를 달라고 할까… 유가족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잠시 방안에는 침묵이 흐른다. 유가족 대표가 합의금 문제는 “내가 제시하는 게 좋겠다”며 먼저 말을 꺼낸다. 그 말이 떨어지자 또 다시 침묵이 흐른다.
유가족 대표는 할머님은 평생을 육영사업을 비롯한 사회봉사 활동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후배를 벌써 용서했다고 하면서 아직 재판도 남았으니 사건이 빨리 마무리되어 몸을 잘 관리해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바라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할머님처럼 사회봉사 활동을 하기 바란다는 것이 할머니를 위하는 길이라고 한다.
보상금은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보험에서 정산 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는데 그것만 처리하라고 한다. 결국 보상금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주위에서 합의금을 어마어마하게 달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난무한데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유가족은 합의금을 하나도 받지 않고 오히려 후배를 위하여 유가족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써 주었다. 평생을 사회사업을 하신 할머니는 후배를 용서하고 후배가 잘되길 바란다는 요지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써 주었다. 그래서인지 재판부도 돌아가신 할머니나 유가족의 사랑을 받아 들여 후배가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 주셨다.
사고 후 처음부터 유가족은 후배에게 큰소리 한번 치지 않고 따뜻한 말만을 하며 나쁜 인연으로 만났지만 후배에게 보여준 사랑과 아름다운 선처에 같이 있던 필자도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며 머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진심으로 할머님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