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다보면 얻는 게 참 많은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충분한 운동을 할 수 있고, 동행하는 사람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게다가 경비도 적게 들뿐만 아니라, 세상사는 이치를 그대로 배울 수가 있다. 우선 시작이 중요하다는 이치가 그것이다. 아득한 산봉우리를 향해 산행을 시작하다 보면 숨이 매우 거칠어진다. 그럴 때면 “시작이 반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얼마 지나고 나면, 산 오르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산은 높은 데로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진다. 정상에 서면 시야의 모든 사물들이 발 밑에 깔리게 되는 호방함도 맛볼 수 있다.

산을 오르면 이렇게 얻는 것이 많다. 기수들은 산행을 자주 나서는 편이라 다행이고 그만한 행복이 없다. 체중조절을 위해 산을 타고, 또 체력단련을 위해 산을 오르다보면 산은 어느덧 기수들에게 좋은 친구로 다가와 있다. 특히 김성현 기수는 대한민국의 산 가운데 오르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만큼, 산을 매우 좋아한다.

기수에게 있어 관악산은 휼륭한 친구다. 기수들 대부분이 한번씩은 등산해 봤을 만큼 관악산은 친근한 곳이다. 관악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여러 곳이 있는데, 필자는 그 가운데 3곳의 등산로를 가봤다. 서울대 뒤 등산로와, 안양유원지 입구, 그리고 과천성당 뒤 등산로를 통해 관악산에 올라가 봤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올랐던 곳이 과천 성당 뒤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다.

필자는 세가지의 운동을 주로 한다. 경주로를 2∼3바퀴정도 달리는 운동, 또는 기수들과 덕천 초등학교에서 모여서 하는 축구시합(매주 수, 목, 금요일 오후 5시쯤이면, 기수들이 항상 공을 차고 있다) 그리고 하는 것이 관악산 등산이다. 필자는 세 가지 운동 가운데 하루에 한가지 운동 정도는 거르지 않고 필히 하는 편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말을 못 타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체력단련훈련을 꼭 한다(?).

필자는 과천 향교 뒤의 등산로를 통해 주로 관악산에 오르는데, 상당수의 기수, 조교사가 이곳으로 많이 오른다. 오전 10시를 전후하거나 오후 3시를 전후해서 이곳에 오르면, 등산하는 도중에 여러 명의 기수, 조교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매표소 입구에서 얼린 물병을 가계에서 한 병 구입해서 얼음이 조금씩 녹은 그 물을 산행 도중에 한번 마셔보면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물이 아니라 꿀맛임을 느낄 수 있다. 중간정도 오르다보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적셔지게되는데, 한발한발 옮길 때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힘이 쏟는다. 보통 기수들은 올라갔다 오는데 1시간 반 정도를 잡는데, 필자는 그보다는 조금 느리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편이다.(올라가는데 1시간 10분, 그리고 올라가서 10분 정도 쉰다. 다시 내려오는데 40분 정도를 소요되며, 총 2시간정도다)

연주암을 지나 연주대에서 경마장을 보면 경마장의 모든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주로며 관람대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산 위에서 경마장을 보는 의미는 또 다른 것 같다. 경마팬들도 연주대에서 서서보면 경마장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경마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경마를 소위 외통수로만 보고 있는 경마팬이 있다면, 이곳에 와서 경마장을 내려다보며 여유 있게 넓게 즐기는 안목을 가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상에 올라 연주대의 바위에 등을 기대고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는 순간, 문득 어느 경마팬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웃음을 머금으며 그려본다. (다음의 내용은 실제 있었던 사연으로, 이름은 가명입니다)

몇 년 전 일요일 마지막 경마가 끝나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필자를 찾는 전화가 왔다. 전화의 내용인 즉, 나를 잘 아는 사람인데 한번만 만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김영수라는 경마팬을 경마장내 구내식당에서 만났다. 김영수씨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왔는데, 그 동안 필자를 한번 만나고 싶었다는 얘기로 서두를 꺼내며, 경마가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는 이상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경마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사람은 봤어도 경마 때문에 목숨이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어서 호감을 갖고 듣게 되었다.

사연인즉, 김영수씨는 젊었을 때 청과물 시장에서 장사를 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에서 큰 식당도 운영하는데, 크게 할 일이 없어서 경마를 즐기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주일에 3번 정도는 관악산에 오르는데 하루는 꼭대기에서 낮잠을 자다가 필자가 일등으로 들어오는 너무나 신기한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마일에 필자가 기승한 비인기마 ‘기백’에 베팅했는데, ‘기백’이 1등, ‘꽃님’이가 2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3660배의 고배당이 발생했다. 그러나 후순위 예상 마필로는 ‘꽃님’이를 빼고서 마권을 구입했기 때문에, 비록 적중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또 한번은 꿈속에서 어떤 경주에 9번, 7번 말이 들어와 마권을 샀는데, 그대로 맞추게 되었다며 다소 신비한 얘기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중요한 얘기라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하루는 이정표 기수가 7번을 타고 일등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그 주에는 친구들과 함께 “위도”로 바다 낚시를 가기로 했는데, 꿈이 워낙 예사롭지 않아서 경마장에 가고 싶다는 얘기와 함께, 이 핑계 저 핑계 대고는 경마장에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경마를 즐기고 집에 오니 위도에서 유람선이 침몰하여 사람들이 죽는 대형사고가 일어난 사실을 알게 되었고 , 그 때 위도에 낚시를 하러 갔던 친구들은 죽고만 아픈 상처를 간직하게 됐다고 한다.

김영수씨는 경마와 관련된 꿈 내용 덕분에 “위도”를 가지 않아, 이렇게 목숨이 살아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바로 경마가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참선하는 기분으로 매일 경마장에 온다고 한다. 그의 와이프도 경마가 남편을 살렸다며 용돈을 두둑하게 주며 주말만 되면 경마장으로 등을 떠민다는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아직도 와이프 몰래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들도 있는데, 김영수씨는 얼마나 좋을까(?). 그 이후로도 필자는 김영수씨를 몇 번 만났는데, 경마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었다.

어느 경마팬은 필자에게 구구구 한번 맞추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경마팬들이여! 평소에 등산같은 운동을 병행해서 체력도 다지고, 산 정상에서 구구구를 맞추는 꿈이라도 꾸어서 소원 푸시길 바랍니다. 경마를 즐긴다는 것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힘든 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힘들게 관악산 정상(연주대)에 오르고 나면, 경마팬 여러분의 육체적 정신적인 변화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산을 오르다 필자를 만날 수 있는 행운도 함께 있으시길 바랍니다(?)

PS. 지난호 글의 내용 중 몽키자세가 유래된 연도는 1984년에서 1894년으로 정정합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하여, 필자에게 전화를 주신 분께 감사 드립니다.



작 성 자 : 홍대유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