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甲에게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처가 있어서 가족의 생활을 돌보지 않고 재산을 낭비하므로, 본처 乙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은 甲에게 한정치산을 선고하였다. 그 후 甲은 유흥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그가 소유하는 임야를 丙에게 3,000만원에 팔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丙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000만원을 준 후 甲이 한정치산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한편 甲은 받은 2,000만원을 유흥비 등에 소비하고 현재 1,000만원이 남아있다.
위 사안의 경우 甲·丙 사이의 법률관계는?
답) 무능력자가 한 법률행위는 무능력자 본인 또는 그의 법정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다. ‘취소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취소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그 행위는 그대로 유효한 것이 되지만 그러나 취소를 한 경우에는 소급해서 절대적으로 무효가 되어, 결국 무능력자와 거래한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무능력자 쪽에서 취소를 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지게 된다. 그래서 민법은 무능력자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위 사안의 경우는 무능력자측에서 매매를 취소한 경우와, 취소하지 않은 경우의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 매매를 취소한 경우 : 한정치산자 甲 또는 그 후견인 乙은 임야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민법140조) 취소를 하게 되면 소급하여 무효가 되므로 매매에 따른 일체의 권리와 의무는 소멸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급부를 받은 것이 있으면 서로 상대방에게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을 하여야 하는데, 무능력자의 경우에는 항상 현존이익만을 반환하면 된다. 따라서 甲은 丙에게 1,000만원만을 반환하는 것으로 모든 관계는 종결된다.
나) 매매를 취소하지 않은 경우 : 매매를 취소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대로 유효하게 법률관계가 진행된다. 즉 甲은 丙에게 잔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丙은 甲에게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취소권이 확정적으로 소멸되기까지는(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또는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여야 함) 甲은 그 후에도 언제든지 매매를 취소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소급하여 전부 무효가 된다. 결국 매매를 취소하지 않더라도 丙의 지위는 상당히 불안하기 때문에, 이 경우 인정되는 것이 무능력자의 상대방의 보호이다. 그 내용으로는 ①상대방의 최고권 ②상대방의 철회권과 거절권 ③취소권의 배제인데, 위 사안의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최고권과 철회권이다.
먼저 丙은 乙에게 매매에 대한 추인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고, 이 경우 기간 내에 확답이 없으면 취소된 것으로 처리된다. 또 丙은 甲 또는 乙에게 매매에 관한 자기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여 매매를 소급하여 무효로 할 수 있다. 위 두 경우 모두 민법 제141조 단서의 적용 내지 유추적용을 받아 甲은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 즉 1,000만원을 반환하는 것으로 법률관계는 종결된다.


작 성 자 : 양건식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