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올해 첫 국산마 경매에서 무려 5천9백만원짜리 초고가마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디디미’와 ‘큐트익제큐티브’의 자마로 경매 시작 전부터 마주와 조교사들의 뜨거운 눈길(?)을 받더니 급기야 5천9백만원이라는 기록적인 가격을 형성한 것이다.
이밖에도 이번 경매에서는 5천8백만원 짜리를 비롯해 평균가 역시 지난해에 비해 5백만원 이상 오른 2천1백여만원을 기록, 국산마에 대한 식지 않은 열기와 기대를 그대로 반영했다.
사실 2000년과 2001년에는 정상적으로 경매가 열리지 못하면서 개별거래가 횡행, 실제 경매는 가격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구매자와 공급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곤 했다.
물론 올해 역시 지난 연말부터 꾸준히 당세마 1·2세마의 개별거래가 활성화 됐지만 이와는 별개로 경매를 위한 준비가 착실히 이뤄져 왔고 이에 대한 마주들의 참여 열기가 생각보다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거래나 경매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경주마 수급의 제도적 장치다.
특히 경매의 경우, 초기 경주마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경주마 공급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정착이 절실했지만 마주와 생산자의 인식 차가 컸고, 여기에 경마산업을 둘러싼 각종 이해 관계가 엇갈리면서 경매문화 형성은 요원해 보이기만 했다.
매년 경매가 불안정하게 시행되면서 필요이상으로 활성화된 것이 바로 경주마 개별거래다.
초기에는 경매에 내보내지 못하거나 경매에서 유찰됐던 마필 중심으로 개별거래가 이뤄지는 듯 싶었으나 최근 몇 년 새에는 일부러 경매를 기피하는 생산자도 생겨나면서 특정 목장과 특정 마주가 연계돼 제한된 공급 역할을 해오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이미 개별거래가가 6천만원을 넘어선 마필이 있는가 하면 평균가 역시 경매 수준을 뛰어 넘은 지 오래다.
중요한 것은 가격 면에서만 개별거래가 경매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도입된 국산마 중 상위권에 랭크된 3세마 거의 다가 개별거래마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달 열릴 코리안더비의 출전예정마만 봐도 이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려방’,‘명예의전당’,‘킹임페리얼’,‘삼봉산’,‘흑돌풍’ 등 국산 3세마 수준을 상향 평준화 시켰다고 평가받는 이들이 모두 개별거래를 통해 경마장에 입사한 반면, 지난해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신안보물’과 ‘월문산방’등은 출전 자격조차 얻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결국 상호보완작용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경주마 수급을 이뤄야 할 제도적 장치가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치우침으로써 부작용이 파생되고 있는 것이다.
경매가 개별거래보다 우월하며, 경주마는 반드시 경매를 통해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자 함은 물론 아니다.
경매는 경매 나름대로, 또 개별거래는 개별거래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경매와 개별거래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개별거래는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는 추세지만 경매제도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경매제도가 갖는 장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민간목장은 공급선 확보를 통한 생산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되고, 도입 시기와 도입 두수가 제한되지 못하는 개별거래에 비해 계획성과 안정성 있는 경주마 수급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주마 수급 불균형을 이루는 우리 환경에서 경매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다.
5천9백만원짜리 고가마가 탄생했다고 해서, 또 평균가가 치솟았다고 해서 경매제도가 정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경매의 정례화를 통해 안정적인 경주마 수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경매에 상장되는 경주마 수준을 한층 높여 내실을 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