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필승 야전규범(하)

포커 격언에 `초이스는 과학이고 베팅은 예술이다`는 말이 있다. 경마를 이 말에 대입시킨다면 경주분석은 과학이고, 베팅은 그야말로 예술이 돼야 한다. 마필 능력연구, 레이스 추리, 기수와 마방 승부의지 간파, 주로 분석...모두가 과학적, 논리적으로 결론이 나와야 한다. 워낙 변수가 많아 검증된 틀이 없는 게 아쉽지만 논리가 없는 경주분석은 지는 경마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성패는 베팅에서 갈린다. 기껏 경주마 잘 골라놓고 베팅에서 놓친 경주가 얼마나 많은가. 설마 하고 복조 수를 한 개 줄였다가 뒤통수 맞고, 혹시나 하고 조합 늘려놨더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져버린 경험도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굳게 맘먹고 갔다가 소스 얘기에 솔깃해 맘 바꾸고 땅친 적도 경마고객이라면 다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최기인씨 등 경마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경마수칙 10가지를 모았다. 지지 않는 경마를 위한 `야전규범용`이라 경마고객들이 충분히 활용할만한 가치를 지녔다.
■귀는 꽉 닫아라=경마장은 말이 많은 곳이다. 말(馬)도 많고 말(言)은 더 많다. 말 고르느라 눈과 머리도 아픈데 이말 저말 듣다보면 귀가 멍할 지경이다. 문제는 귀만 아프면 좋은데 솔깃솔깃하다 지갑까지 텅 비어버리는 것이다.`간대...안간대...쏜대...땡긴대...` 굳게 맘먹고 창구에 서있다가 옆사람 전화소리듣고 동그라미 하나 더 그린 적도 많을 것이다. 이 경우 거의 돈을 날렸을 것이다. 그런 말 무시했다가 착순에 들어와 후회한 적도 있다구? 그것은 어쩌다 한번이다.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경마고객들, 기수들이 겨울 뒤집어쓰는 귀마개 하나 장만해 뒤집어쓰고 경마하면 어떨까.
■돈따면 집에 가라= 이기려면 지키는게 중요하다. 승부경주에서 이겨서 따게 되면 그걸로 지갑 문 굳게 잠그자. 다음 번에 또 승부경주가 있다고? 승부경주라고 항상 이기는게 아니다. 정 못참겠다면 맘먹은 베팅금액에서 `0`을 하나 빼고 하라. 혹시 여유있게 베팅한 게 대박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경마는 내일도 하는데 오늘 꼭 재벌돼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10%를 무시하지 마라=요즘 금리는 연 4%대 수준이다. 시중 체감금리는 5%쯤 된다. `1년 5%`다. 100만원 넣어두면 1년동안 5만원을 주는 거다. 그럼 연승식 1.1배와 비교해보겠다. 하루 딱 한경주 만원씩 베팅해 1.1배를 계속 맞춰간다고 가정해보자. 배당금이 천원씩이니까 올해 경마일 93일을 곱하면 9만3천원을 벌게 된다. 즉 930%이다. 자, 이래도 1.1배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1.1배라도 승부경주로 삼을 만 하다는 얘기다. 이 정도 이자 주는 데가 세상에 또 어디 있나. 그것도 맞추기 어렵다고? 경마 한 삼년쯤 하면 1.1배짜리 경주마가 빠질지 안 빠질지는 거의 알 수 있다. 다른 거 자신없다면 여기에다 그야말로 `넣었다 빼서` 남기는 경마, 바로 이게 고수들이 이기는 길이다.
■배당판을 잘 읽어라=뚝섬시절부터 한 20년쯤 경마 한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기록분석에 비디오 연구까지 파고드는 요즘 경마고객들하고는 다르다. 종합지 하나 달랑 들고 줄곧 배당판만 본다. 그리곤 예시장에서 말을 본다. 그러고도 참 기막히게 잘 집어낸다. "음, 저거 틀렸어...저넘 안가겠는데...3번이 머리야..." 귀신이 곡할만큼 찍는다. 초보고객들에겐 희안하게 보이겠지만 정답은 배당판에 다 있다. 가장 중요한 그날 흐름을 배당판이 말해준다는 뜻이다. 때로는 특정 마필의 승부지수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말은 아예 안보고 배당판만 갖고 하는 베팅법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자기 배당만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난 배당판 보면 흔들려. 안보고 찍으니 오히려 잘돼" 이런 사람들은 성공하기 힘들다. 배당판 읽기. 단순히 숫자뿐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베팅흐름 읽어내기. 지금부터 당장 해보라.
■주로의 마술 풀어라=과천 모래밭의 마술을 모르고 경마하다간 쪽박찬다. 말 분석,레이스 추리 죽어라고 해봐야 주로 때문에 말짱 헛일 되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 사실 경주야 앞서가는 말과 뒷선 쫓아가는 말과의 싸움이다. 앞놈들이 맥을 못추면 뒷놈이 이기는 거고 내친김에 달려가면 앞놈이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능력만큼이나 모래밭, 즉 주로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 공식은 주로가 가볍거나 빠르면 선행, 무겁고 느리면 추입이 유리하다고 돼 있다. 예전엔 한국마사회서 매번 알려주는 건조,양호,다습.... 이런 걸로 대충 넘어갔는데 요즘은 다르다. 주로가 무슨 마술사처럼 하루는 선행주로, 다음날은 선입주로로 변신한다. 함수율 몇% 이런 거만 보고 있다가는 뒤통수를 맞기 십상이다. 변화무쌍하게 둔갑술을 펼치는 과천모래밭. 두눈 부릅뜨고 자나깨나 살펴보자.

작 성 자 : 서병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