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칼럼-늘 오늘처럼…!

야간경마 첫 주를 맞은 지난주는 모처럼 경마공원에 활기가 돌았다. 특히 일요일에는 5개월 여 만에 경마공원과 각 마사랑을 찾은 입장객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의 흐름과 분위기에 비춰봤을 때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경마산업의 사양화, 그리고 카지노·경륜·복권 등과 같은 유사 경쟁산업의 과잉 공급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경마산업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액 감소는 말할 것도 없고 입장인원마저 일 평균 3만∼5만 명까지 줄었던 게 바로 지난달까지의 일이다.
그러던 것이 야간경마 첫 주를 맞아 회복세로 돌아 선 것이다. 매출액은 최근과 비슷한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지만 급격히 떨어져 나갔던 경마인구가 다시 하나 둘 경마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소수가 과도하게 베팅함으로써 전체적인 매출액을 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가급적이면 경마인구의 폭은 확대하되 1인당 베팅 금액은 지금보다 낮은 선에서 형성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일요일 시행된 경마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입장인원 21만 명이 6백7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니 산술적으로는 1인당 일평균 베팅금액이 약 31만 원인 셈이다.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한 때 50만 원에까지 육박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경마팬 성향이 그만큼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하루만의 결과를 놓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가능성은 제시한 것 아니겠는가.
경마공원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수많은 가족 단위의 경마팬과 여성팬들의 모습은 정부가 승인한 ‘합법적 도박’으로써의 경마가 아닌, 건전 성인 레저문화로써의 새로운 모습과 비전을 제시하는 듯 보였다.
경마의 흥행적 요소는 많다. 안락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 경마 이외의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 승부 결과 예측과 베팅의 묘미까지… 경마가 갖는 매력은 여타 다른 겜블에 비해 복잡하고 세밀하게 짜여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경주 자체가 주는 박진감이다. 그러한 경주 박진감은 경주편성에서 출발한다. 지난 5월과 6월에 입장객이 특히 저조했던 이유는 바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경주편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볼 게 없다’‘재미가 없다’는 경마팬들의 푸념과 불만은 열악한 관람 환경과 서비스 행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게 취급돼야 할 문제다. 결과가 ‘뻔한’ 경주에 고작 1.5∼1.6배를 얻기 위해 별다른 노림수도 없이 베팅을 하는 경마팬은 극히 드물다.
경주편성이 별 볼일 없다면 베팅할 수 있는 마권 종류라도 다양해야 할텐데, 그것 역시 복승식이나 뻔한 몇 개 경주의 쌍승식 마권이 전부다.
결국 경마에 대한 흥미 상실이 경마입장객을 줄게 만들었던 중요한 이유였다는 것을 시행체와 모든 경마관계자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국내 경마산업은 과천 시대 이후 성인레저산업의 독점적,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갈수록 메머드화 됐다. 입장인원과 매출액은 연간 경제성장률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늘어갔으며 그 가운데서도 베팅 분야는 가히 기형적으로 성장하는 이상 과열 현상까지 빚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나 위기관리능력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게 됐고 최근 수개월 간 뒷걸음치고 있는 외형 지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누구도 쉽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지만 의외로 해법은 간단했다.
‘즐거운 경마’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지난주처럼 출전두수를 확대하고 짜임새 있게 경주편성을 해야 한다. 좀 더 색다르고 건전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승식을 다양화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상위군은 장거리’(그것도 1800m 일색) ‘하위군은 단거리’ 이런 식의 단조로운 경주 편성도 개선돼야 한다. 경주마 수준, 주로 환경 등을 감안해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가 각 군에서 고루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경마팬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시행체와 경마관계자들의 역할이 강조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모처럼 경마공원을 가득 메웠던 경마팬들의 모습을 보면서 ‘늘 오늘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 지난주였다.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