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칼럼-가시화되고 있는 경마지방화, 이제 금요일경마도 준비하자

부산경남공동경마장 개장 준비가 한창이다.
마사회는 지난 6월 부산 조교사 22명에 대한 선발을 시작으로 인력 확보에 나섰고, 마방·관람대 등 각종 시설·건축물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완공된다고 한다. 경마 홍보 차원에서 모의경주도 시행한다고 하니 경마지방화가 점점 가시화되는 듯 하다.
남은 것은 어떻게 경마를 시행하느냐 하는 제도나 방법상의 문제인데, 기본 틀은 서울경마와 거의 유사한 수준에서 짜여질 전망이고 현재 서울경마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군체계나 세부적인 경마시행 일정 등은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동경마장이 개장하게 되면 서울은 일일 10개 경주로 축소되지만 양방향 동시 크로스베팅을 한다고 하니 제주교차투표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일일 19개 경주를 양측이 각각 소화해내야 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경주 당 간격은 15분∼20분 간격으로 배정돼 실질적으로 경주를 분석하고 마권을 정하는데 촉박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혹여 모든 경마팬이 전 경주에 베팅을 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하루 19개 경주 시행은 여러모로 무리다.
이 같은 어려움을 고려해 마사회도 당초 토·일 경마 시행에서 부산경마에 한해 금·토 경마 시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금요일에는 부산경마만, 토요일에는 서울과 부산이 동시에, 그리고 일요일에는 서울에서만 경마를 열겠다는 것이다. 하루에 19개 경주씩 강행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여유가 있어 낫겠지만 이 또한 최선책은 아니다. 부산경마장의 경우 성인레저산업에 있어 황금 시간대인 일요일을 그냥 비워둔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경남부산지역 경마팬들은 일요일에 경마공원을 찾아 모니터를 통해 서울경마만 지켜보라는 것인가.
금요일 경마 시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루에 19개 경주씩 몰아서 진행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주 3일 경마 시행을 통해 부산·서울간, 주중·주말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게 낫다. 때마침 현대자동차의 노사합의를 계기로 주5일 근무제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사회적으로는 레저산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양 경마장이 한 주에 소화해내야 할 38개 경주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적절하게 분배해 보자. 예를 들어 금요일에 8개 경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 15개 경주씩 배치하는 방법 등 말이다. 또한 해가 길어지는 하절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대신 동절기에는 축소하는 등의 탄력적 운영도 가미돼야 한다.
연간 허용된 총 경주 수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경마일수를 확대하게 되면 시행체로서는 추가로 발생할 경상경비를 비롯해 부담요소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더 좋은 경주 관람 환경을 만들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마사회의 몫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넓은 안목으로 멀리 내다본다면 건전한 경마문화의 정착이 마사회와 경마산업의 가장 큰 무기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하루 19개나 되는 경주를 숨가쁘게 진행한다면 쉴새 없이 돌아가는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연구 분석이라는 경마만의 베팅 묘미도 없이 2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마번만 찍으란 소리와 무엇이 다른가.
금요일 경마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지레 겁먹고 물러설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경마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금요일 경마시행도 검토되길 바란다.
공동경마장 개장은 한국 경마사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선진제도의 시험적 도입 운영이 가능해져 향후 어떻게 정착하느냐에 따라 서울경마장도 변화를 모색할 길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경마산업에 내장된 부실하고 노후한 소프트웨어를 시스템의 별다른 혼선 없이 안정적으로 교체할 타이밍도 바로 그때가 될 것이다.
상금제와 고용제의 혁신적 변화, 우수한 경주마와 선진 경마 운영 방식의 도입, 그리고 베팅의 묘미를 더욱 배가시킬 다양한 요소의 개입은 지금 정체돼 있는 경마산업을 질적인 면에서 끌어올릴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금요일 경마 시행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자. 맹목적으로 부실한 외형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자는 뜻이 아니다. 경마과열, 도박산업의 과잉 공급 및 과도한 팽창...이런 여론이 부담스런 이유는 그동안 본질을 벗어나 왜곡되게 걸어온 한국 경마산업의 잘못된 역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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