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7월부터 부분적이긴 하지만 경마에도 스폰서제가 도입된다. 농협중앙회에서 특별경주를 신설해 3억 원 가량 상금을 지원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3억 원이라는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소리다.

경마에서 민간 스폰서 유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관계자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스폰서로 나선다는 것은 해당 업체가 자사를 홍보하는데 활용하기 위해선데 경마와 관련해서는 온통 부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시각뿐이어서 홍보라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상황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농협중앙회가 특별경주를 신설하면서 3억 원을 흔쾌히 내놓았다는 것, 그것은 사회와 여론의 비뚤어진 시각을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반가운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홍보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다. 더욱이 경마처럼 사회 인식과 여론에 민감한 갬블산업은 떳떳하게 홍보할 기회조차 갖기 어렵기에 스폰서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여론이 고약하게 돌아가는 산업 분야에 스폰서로 선뜻 나설 기업은 없는 게 또 현실이다. 자칫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이미지마저 악화될 수 있다는 위험 부담 때문이다.

마사회가 과천시대를 열면서 각종 언론사배를 무더기로 시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의 스폰서 유치가 어려우니 스스로 상금과 경품을 내걸고 이름이라도 따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부작용도 일었다. 실리를 생각하는 경마관계자와 팬들은 형식적인 언론사배 경마대회의 중복 시행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폐지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형식적이었든 어쨌든 언론사배 시행으로 스포츠 신문이나마 경마 면을 할애해 경마를 다루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던 것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제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옷을 갈아입을 때가 왔다. 아니 늦은 감이 있다. 습관성 경마인구가 많다고는 해도 연간 1천만 명의 입장인원을 자랑하는 경마가 아닌가. 이런저런 지탄을 받고 있기는 해도 ‘우리’가 즐기고 우리 ‘가족’이, ‘친구’가 즐기는 레저산업 아닌가. 경마시행에 따른 폐단과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줄이고 없애는 노력을 해야지 그렇다고 경마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마가 성인레저산업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국가가, 마사회가, 경마종사자가, 그리고 국민들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경마도 이제 민간기업을 스폰서로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시점이다. UAE의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월드시리즈를 후원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전세계적으로 큰 신장세를 보였고 이런 이유로 해외 각 국에서는 민간기업들이 유명 경마대회를 후원하려고 혈안이다. 우리경마도 얼마든지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일일 평균 15만 명이라는 관중 수는 기업 입장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기업들이 상금 전액을 부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부가상금 지급 등으로 보다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부가상금 지급은 마방관계자들의 승부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경마발전 뿐만 아니라 팬들의 입장에서도 볼거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내용은 어떻든 치열한 경쟁은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다. 하지만 이제는 서비스의 질을 생각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마사회가 연간 농협중앙회를 통해 지원하는 축산발전기금만 1,200억 원인데 그깟 3억 원 되돌려 받는 게 대순가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건 그렇지가 않다.

단초가,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농협중앙회배를 시작으로 10억 원이 걸린 삼성전자배가 열리고 맥도날드배가 열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내년에 ARF 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때까지 당장 국제대회를 치를 수준은 안 되겠지만 마사회는 기수초청경주라도 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다케유다카, 미국의 제리베일리가 우리 경마장의 ‘언어카운티들리’‘고려방’을 타고 우리 팬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