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마사회노조는 내년으로 예정된 부산경남경마장 개장을 2008년까지 연기하도록 적극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사회도 살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서울경마장 매출도 부진하고, 부산경남경마장에 투입되는 비용은 당초 예상을 초과하는데다, 해당 지자체인 부산시와 경남도는 레저세 감면 불가 방침에서 꼼짝도 않고 있으니 어쩌겠나.

변두리에 위치한데다 접근은 어찌나 불편한지, 거기에 바닥을 헤매고 있는 부산경남지역 경기나 이미 개장한 창원경륜장, 금정경륜장의 매출 현황을 봐도 이곳에서 경마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경마일 수가 늘면 반에 반만큼이라도 판매부수가 늘어나는 전문지에 종사하면서도 마사회 내부의 이런 움직임에 마냥 반기를 들 수만은 없는 이유다.

사실 마사회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부산경마장의 개장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 해왔다. 서울 살림살이도 하루가 다르게 빠듯빠듯 해지는데 무슨 여력으로 계속 지원을 할 지 걱정됐던 것이다.

마사회가 처음 지방경마장 건설 계획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을 때만 해도 경마장 건설비용은 2500억 원에 불과했다. 이 또한 적지 않은 예산이지만 서울경마장의 매출 확대 추세를 고려하면 ‘새발의 피’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일단 문을 열고 나면 흥행이 보장되던 때다. 그렇지 않아도 좁아 터진 서울경마장의 혼잡도도 해소하고 경마의 지방화라는 원대한 목표도 절반 이상 달성하는 것이며 혹 현지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서울에서 교차투표로 충분히 커버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마사회의 구상대로라면 올 서울경마장의 예상 매출액은 12조 원이어야 하는데 최소 목표치인 6조 원 달성도 힘겹기만 하다. 2500억 원이면 된다던 경마장 건설비용은 그 두 배인 5000억 원에 달했다. 개장만 하고 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던 게 이젠 10년 이상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았나.

그런데 유치에 혈안이 돼 경전철도 개통하고 인근 도로망도 충분히 확보해 주겠다던 부산시와 경남도는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지 한 술 더 뜨고 있다. 도로망은 2007년에나 완성된다 하고 경전철 사업은 아예 계획조차 잡혀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주말이면 병목 현상이 빚어지는 주변 도로가 경마장 개장으로 얼마나 북새통을 이룰지 상상도 하기 싫다.

부산경륜공단이 접근성에 대한 약점으로 개장 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 더욱이 향후에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아 골치를 앓고있다는 소릴 들으며 마사회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왜 겁이 안 날까.

상황이 달라졌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태도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경마장 개장이 연기되면 5000억 예산을 들인 마사회만 손해를 입는 게 아니다. 연간 1500명의 고용창출이나 최소 2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양 지자체의 세수도 고스란히 ‘없던 일’이 되는 것이니 함께 살 궁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유치하는 데만 급급해 공수표만 남발했던 것에 책임을 지란 소리다.

최근 정부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기업형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다. 외국인전용 카지노와 경마, 경정, 경륜장 등이 들어서는 이른바 관광레저 도시는 한국의 라스베거스로 집중육성될 수 있다. 해당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는 지자체가 지방세 및 부담금을 감면해주고 이전 보조금도 지원하는 한편 토지매입비까지 폭넓은 지원과 혜택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항만 시설과 국제공항을 갖추고 있으며 내륙에서도 손꼽히는 관광 단지 부산, 이곳엔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들어선다는데 지금 있는 창원과 부산의 경륜공단에 경마장까지 아우르면 훌륭한 관광레저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걸 이곳 지자체 관계자들은 모르는 걸까.

수년 째 바닥을 박박 기고 있는 지역경제를 보며 책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아직도 ‘설마’하며 계산기 튕기고 있는 부산시와 경남도의 경직된 태도, 기자만 아쉬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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