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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과 ‘실업’이라는 상반된 주제는 우리 사회에 주 5일제를 탄생시켰다.
설날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선배를 대신해 마방을 지키며 라면을 끓여 먹었다는 신인 기수, 전 마방 식구가 새벽 훈련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귀성길에 올랐다는 한 조교사의 경험담은 ‘우아하고’‘인간답게’를 추구하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고리짝 얘기다.
(사진설명)지난주 토요일 10경주…출전마 12마리 중 8마리의 체중이 10kg 이상 불었다. 가뜩이나 기복마 편성으로 추리도 난해한데 마체중까지 들쑥날쑥하니 현장에선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릴미즈힙합, 지도자, 스카이프로, 정통성, 기차게, 돌고도는세상, 웨스턴헤로인, 캐릭터, 아너러블코드… 이들은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간 열린 22개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10마리 말들이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경주 당일 마체중이 직전경주에 비해 10kg 이상 불었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릴미즈힙합과 돌고도는세상은 증가량이 무려 22kg에 달했다.
비단 이들 뿐 아니다. 출전마 대부분이 10kg 이상의 큰 차이를 보여 팬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졌음은 물론이다. 마필 특성 상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체중 변화가 10kg에 달하면 컨디션 이상으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다수 출전마의 상황이 이렇다면 판단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지난주 마체중이 전반적으로 급증한 이유로 출전대기마사 운영 중단, 계절적 요인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은 훈련부족이 가장 컸다. 추석 명절인 27일과 28일에 훈련이 실시될 수 없었고 29일 마저 기수들이 휴무를 하는 바람에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하중에 시달렸다며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았나.
통상 경주를 앞두고 2주전부터 훈련을 실시하지만 인력 부족 때문에 차주 출전마에 대한 훈련은 엄두도 낼 수 없었으며 그나마 해당주 출전마도 평소보다 축소된 선에서 훈련이 마무리했다고 일선 관리사들은 토로했다. 이틀 간의 훈련 중단으로 산재 사고에 대한 위험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번은 특별한 케이스였으니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욘 없다. 문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될 관리사들의 주 5일제다. 경주마 훈련업무를 담당할 이들이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일제히 쉰다고 가정하면 경주마들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당사자인 관리사들마저도 무작정 찬성표만 던지고 있는 건 아니니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5일제를 찬성하는 쪽의 입장은 당연한 것이지만 오히려 이에 대해 반대하는 관리사가 반수에 달한다니 이채롭다. 그들의 생각은 이렇다. 현행 시스템 상에서 무작정 경주마 훈련을 이틀 간 중단하게 되면 이미 전주에 실시해 놓은 차주 출전마들의 훈련이 무위에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일 새벽훈련 때는 마필들이 휴식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 다루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다. 산재사고발생률이 현저히 높아지리라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마사회 담당부서와 해당 협회 간 어련히 알아서 잘 협의하겠느냐마는 과정을 지켜보는 3자의 입장에선 지난주 사태가 매주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들의 주장처럼 경주는 자신들의 상품이 아니던가. 상표(마사회는 이번에 신규 CI를 내놨다)도 중요하지만 상품의 질이 우선이다. 제조과정과 환경이 부실한데 어떻게 훌륭한 상품을 기대하겠나.
관리사들의 주 5일 근무제는 당연히 이행돼야 한다. 그리고 경주마의 사양관리, 훈련 업무도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