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마사회의 재결관련자 왈 “약 10분의 1초정도 늦게 발주기가 열린 것 같다” 면서 그것은 ‘족패천하’의 잘못이지, 마사회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10분의 1초라는 주장에 대해서 나는 그 10분의 1초가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지금도 의아할 뿐이고, 그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서 대단히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성서에 보면, 하루가 천년같고 천년이 하루같다던가 하는 글이 있던데..
인간의 긴 세월도 시공을 초월하여 지배하는 전지전능한 신의 경지에서는 짤막한 찰나에 불과하다는 뜻같기도 한데..
모든 팬들이 아무리 양보하여도 최소한 0.5초정도의 시차라고 주장하는데.. 이 분은 10분의 1초라니, 그분은 아마도 우리보다는 시간을 지배하는 초월적 능력까지 갖춘 분이 아닌가 생각되어 도리어 두렵기까지 하다.
경마의 시행과 관련하여 감독책임을 맡고있고, 경주경과에 대한 재결권능까지 갖고 있는 마사회가 이제는 수많은 팬들의 시간까지 단정하여 지배하고 있으니, 과연 누가 마사회의 권능에 대응할 수 있을까 심히 두렵기까지 하다.
많은 경마팬들이 출마표가 뜨자마자 컴퓨터앞에 앉아 나름대로 추리를 하고 해당 마필들의 조교상태와 전적, 능력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마일을 맞을 준비를 한다.
경마의 추리에 있어서 기초자료가 되는 온갖 세세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도 복잡한 작업인가?
그런데 이 모든 추리와 전개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밤늦게까지 책을 보며 연구하는 수많은 경마팬들의 노력을 무색케하는 무서운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그것이 “발주기” 라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았다.
미사리에서 시행하는 경정에서는 각 보트에 탑재하는 모터의 성능과 제원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제 모든 변수위에 절대권능으로 군림하는 발주기의 개폐에 대하여, 마사회는 매 발주기마다 정보를 공개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예를 들어, 발주기는 언제 어느나라에서 구입한 것이고, 사용전기의 전압과 전류는 어떠하며, 각 칸마다 늦게 열릴 가능성은 몇 %이고, 각 칸마다 청소를 누가하며, 누가 관리하고 기기가 녹슬지는 않았는지 녹슬었다면 얼마나 녹슬었는지, 말이 코를 대면 얼마나 늦게 열리는지, 얼굴을 대는 경우에는 어떠한지, 말이 코나 얼굴을 대서 늦게 열린경우 어디까지가 말의 책임이고, 그 이상이면 마사회가 경주를 불성립으로 할 것인지, “아! 너무도 많은 변수가 발주기에 매달려 있었네..”
많은 경마팬이 인터넷을 통하여 마사회의 부당한 처사를 비난했지만, 그것이 일과성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경마시행의 가장 근본이 되는 공정성의 붕괴와 그 처사를 공정하다고 생각치 않는 경마팬들이 점점 경마를 떠난다는 사실을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
경마장에서 작은 안전사고라도 나면, 마사회는 지정병원으로 부상자들을 후송하지만, 모두들 서둘러 병원을 떠나버리고 만다. 그 이유는 “경마하는 사람들”을 안좋게 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을 각 개인이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발주기사건도 많은 경마팬들이 마사회가 아닌 제3의 공정한 기관 - 예컨데 법원이나 아니면 제3의 감정기관 - 에 의한 판단을 듣고 싶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으로 그 일을 거론하기에는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기 어려워 못한 것이지, 마사회의 처사가 옳았다고 승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공개된 검증없이 매번 마사회의 일방적 처분으로 종결되곤 하는 많은 항의와 경주결과 등은 마사회의 신뢰를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곳까지 떨어지게 할 뿐이며, 여기에 더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의 지각능력까지 무시하며 시간을 함부로 지배하려는 행위는 교만에 가까울런지도 모른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