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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말산업저널>은 김태인 장제사(53·한국마사회 자격검정센터 과장)의 말편자 칼럼, ‘우리 말(馬) 문화 역사를 찾아서’를 기획 연재합니다. 장제 분야의 권위자인 김태인 장제사는 1987년 한국마사회에 입사한 이후 30여 년간 우리 장제 기술 발전과 말 문화·역사의 뿌리를 찾고자 전국 각지를 다니며 유물 수집을 하고 관련 자료를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 말산업이 국민에게 다가가려면 문화화 과정이 필수라고 합니다. 김태인 장제사 역시 “혼이 있는 말산업 발전을 위해 뿌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며, 말편자 유물의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고구려 시대 당시 군사 요충지였던 ‘성산산성’의 지리적·역사적 배경과 이곳에서 발견된 말편자의 의의에 관한 내용을 다룹니다. - 기자 말
성산산성(城山山城)은 랴오닝성(遼寧省) 장하현(莊河縣) 성산진(城山鎭) 사하촌(沙河村) 만덕둔(萬德屯)에 있는 고구려의 산성이다. 하현성에서 서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해발 290m의 성산에 자리 잡고 있다. 성의 서북쪽에는 벽류하(碧流河)의 지류인 협하(夾河)가 흐르고 있다. 산성의 형태는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계곡을 끼고 있는 포곡식(包谷式) 산성이다.
성벽은 산 능선을 따라 잘 다듬은 돌로 쌓았으며, 성벽의 길이는 2,898m에 이른다. 문지(門址)는 모두 4곳이 남아 있는데, 남쪽과 북쪽에 각각 1곳, 그리고 계곡을 막아 높이 축조한 동쪽 성벽의 좌우에 2곳이 설치되어 있으며, 당시의 구조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남아 있다. 또 동문지의 북쪽 100m에는 치성(雉城)이 설치되어 성문을 방어하는 기능을 했였다. 성의 서남쪽 성벽에는 돌을 쌓은 구조물이 있는데, 장수의 깃발을 세우는 깃대봉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성의 북서쪽 정상부에는 잘 다듬은 돌을 쌓아 피라미드 형태로 축조한 구조물이 있다. 하단부는 한 변의 길이가 8.5m, 상단부는 5.4m의 정방형으로 높이는 1.9m 정도이다. 층마다 15cm 내외로 되물림하여 올려 쌓았으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9층이나 본래는 11층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조방식은 고구려의 성벽 축조 방식인 되물림식과 유사하다.
동남쪽면에는 상부 3단에 계단이 만들어져 있는데, 기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군사지휘소로 보기도 하고, 천신에 제사(祭祀)를 지내던 천단(天壇)으로 보기도 한다. 이 구조물은 고구려의 여타 산성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으로 고구려 산성 연구의 중요한 자료이다. 성의 동북쪽 끝부분에는 작은 구획을 지어 3중으로 축조된 시설물이 있는데, 맨 끝부분에 자리잡은 장대(將臺)는 후대에 지어진 것이며, 그 남쪽에는 봉화대(烽火臺)로 보이는 구축물이 있다.
성안에는 길이 7m, 너비 5m의 큰 저수지가 있으며, 성안 중앙에는 법화사(法華寺)와 묘(廟)가 있는데 현재 관광지로 개발됐다. 성의 서북쪽의 협하 건너 입자산(砬子山)에는 길이 5km의 성축산성이 축조되어 성산산성과 서로 호응하고 있어, 성산산성을 방어하는 보조적인 기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규모나 시설로 보아 고구려 당시에도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을 것으로 보이며, 대체로 고구려의 석성(石城)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성에 관한 문헌기록으로는 당태종의 대규모 침략이 실패하고, 2년 후인 647년(보장왕 6)에 당의 장군 우진달(牛進達) 등이 석성을 공격하여 함락하고 이어 적리성(積利城)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1993년 당시 성산산성의 연못지에서 말편자 한 점이 수습되었는데, 편자의 전체적인 형태를 살펴보게 되면, 다른 고구려의 유적지(광개토태왕릉, 장군총, 임강묘, 통구 등)에서 출토된 편자와 크기의 차이는 있으나 유사한 점을 볼 수 있다.
편자의 크기를 보면 가로 9.5cm, 세로 10.5cm이며, 폭은 좁은 곳 1.5cm, 넓은 곳은 1.8cm이고, 두께는 약 1cm인데, 편자의 크기에 비해 무거운 200g이다. 이는 편자를 만들었던 철재 안에 탄소함유량이 높다고 하는 뜻이 된다.
당시의 철기제조방식은 주조방식이 아닌 주로 단련방식이었는데, 주조방식으로 하게 되면 탄소의 지나친 함유에 의하여 부러질 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 단련 과정을 거치면서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쇠를 부드럽고 예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못 구멍은 양쪽 각각 2개이며, 출토 당시 편자의 아래 쪽 구멍에 못이 달려있는 상태로 출토되었다. 이는 못 구멍을 뚫을 때 정의 윗부분을 내려치는 순간 정의 넓이만큼 늘어난 흔적이다. 한편 편자의 앞면을 보면 마모상태를 보아, 수명이 다된 편자임을 알 수 있다. 천오백여 년 전의 편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편자의 상태가 깨끗하다. 이는 출토지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저수시설 이었기 때문에, 1차 부식은 빨리 진행됐어도 녹막이 형성된 후 진공상태에서 묻혀있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처리를 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깨끗한 상태로 유지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다음 호에서는 ‘고구려 편자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을 제목으로 1980년경 경주에서 수습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말편자와 성산산성의 말편자의 특징을 비교, 고구려와 신라의 말 관련 기술 교류, 편자 제작 기법을 분석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글=김태인 장제사·한국마사회 자격검정센터 과장, <한반도 장제의 역사>, <장제의 정석> 저자.
교정·교열=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성산산성 남문과 평면도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말편자
▲광개토대왕릉, 지린성 통구 편자, 성산산성 편자의 비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