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하든 내가 직접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마방의 일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7월 1일부로 6조 조교사로 데뷔하여 첫날부터 하나하나 마방의 일을 점검하며  조교사업무을 시작하였다. 우선, 말(馬)을 점검하여 보고는 2마리를 구조조정하고 7두를 어떻게 경주에 활용을 할까? 경주계획표를 짰다.

세븐스타는 중수골에 문제가 있어서 휴양중이고 대차게는 발주검사를 받아야 하기에 경주에 출전시킬 수가 없어서 제외시키고 나머지 5두의 경주마에 대하여 셋째주(15-16일) 3마리 넷째주(22-23일) 2마리 출전시킨다는 계획아래 말들을 조교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장구라든지 마방의 시설점검을 하며 하나하나 체크하고는 보수할 것은 보수하고 설치할 것은 설치하며 말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공사를 한다. 우선, 요즘은 대부분의 마방에 먼지나 냄새가(말의 오줌으로 인한 암모니아 냄새와 마방 바닥에 볏짚을 까는데 볏짚에서 나오는 먼지는 말의 호흡기에 좋지 않다.) 잘 빠져나가라고 마방 천장에 커다란 환풍기를 달았는데 6조는 설치가 되어 있지 않기에 대형 환풍기를 달았다.(이런 것의 비용은 전적으로 조교사의 개인 사비로 하는 것임.)

초짜? 조교사이기에 친한 조교사들로부터 수시로 조교사로서의 할 일도 배우며 바쁜 와중에 주위에서 조교사로 데뷔하고 마방을 오픈 하였으니 개업식을 하라고 난리이기에 알았다고 하며 나는 돼지 잡고 떡을 맞추고 막걸리를 준비하여 6조마방에서 개업식을 하였다. 많은 경마 관계자들이 와서 축하를 하여 주었다. 경마팬들에게는 조교사가 개업식을 한다는 것이 조금 생소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아무튼 돼지 몇 마리 잡아서 막걸리 한잔 마시며 거나하게 개업식을 하였다.

개업식도 하였으니 이제 장사(?)를 하여야 하지 않을까? 드디어 토요일날 “홍대유 조교사”란 이름으로 ‘대영주’와 ‘일주성공’이 경주에 출전하였다. ‘대영주’를 직접 조교한 6조의 호프 이준철 기수가 나에게 “선배님, ‘대영주’로 조교사로서 첫 우승을 안겨 드리겠습니다.” 라고 자신한다. ‘대영주’가 허리가 나쁜점은 있지만 지난번보다 더 정성을 들였기에 기대하시라 한다. 그러나 경주 결과 역부족으로 4등을 하였다.

주위에서는 첫승을 하라고 다들 기분 좋은 이야기들을 하여 주지만 나는 나의 마필 여건이 워낙 좋지 않기에 마음을 비우고 경주를 지켜보았는데 대영주가 4등을 오는 것을 보고는 돈(?) 벌었다는 생각을 하며 다다음 경주에 출전한 ‘일주성공’을 지켜보았다. 마음속으로 5등을 목표로 설정해 놓고 경주를 보는데 일주성공도 4등을 오는 것이다. 능력상 5등안에 오기가 힘드는데 4등을 와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사룡’이 출전을 하였다. 내가 직접 조교는 하였지만 ‘사룡’의 지금까지의 경주 성적을 보고는 5등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지켜보는데 라스트 결승선이 다가올수록 5등, 4등, 3등으로 성적이 오르며 나의 가슴을 콩콩 뛰게 하더니 결승선을 2등으로 통과하는 것이다. 능력상 2등안에 들어오기가 어려운 경주이었기에 ‘사룡’의 준우승은 나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준철이가 레이스를 나무랄데없이 아주 잘 타주었기에 준철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경주에 출전할 수 있는 말 5두를 가지고 이번주에 3두를 출격시켜 “4등 두 번에 2등 한 번”의 성적을 보니 그냥 마음이 뿌듯하며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았다. “4등 두 번에 2등 한 번”을 하고 좋아하는 신인 조교사의 마음을 누가 알까마는 기분이 무지무지 좋기에 지용철 조교사와 쐬주 한잔에 기쁨을 달래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