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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개인마주제로 전환한지 12년이나 지났건만 아직까지도 기수의 복색을 입고 경주에 출주한다. 이는 즉, 프로스포츠로 말하면 구단의 유니폼을 입지 않고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시합에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마주제의 모든 초점은 각자의 말 주인에게 쏠려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수의 복색이 아닌 마주의 복색으로 당연히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수가 어떤 말에 기승을 하게 되어도 기수가 입은 복색만 보고도 어느 마주의 말인지 금방 알 수가 있어야 한다. 경주에서 우승을 해도 경마예상 자료집이나 경마방송 아나운서의 멘트를 들어야만 우승한 마필이 어느 마주의 소유인지 알 수가 있다. 그만큼 말은 곧 마주의 얼굴인 동시에 자존심인 것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기수의 복색에서 마주의 복색으로 바꾸어야 한다. 일반경주는 물론이거니와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기수가 시상대에 올라 갈 때 해당마주의 복색을 입고 올라가야 한다. 그것이 해당마주의 가치를 올리고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 아니겠는가. 외국의 경마장이나 목장, 그리고 마주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선조나 자기의 복색을 장식장 안에 진열해 놓거나 목장 입구에 마주의 복색을 입은 기수의 모형물들이 서 있는 경우들을 자주 볼 수가 있다. 그만큼 마주에게 있어 복색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대단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기수복색을 고집해 왔던 것은 기수가 자기 복색을 고집해서가 아니다. 시행체인 마사회에서 여러 마주의 복색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의 경우 약 500명의 마주가 있다고 볼 때 마주 1인당 4벌 정도의 크기가 다른 복색을 비치해야 한다. 물론 복색의 비용은 마주의 몫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주의 복색으로 변환이 단지 마사회의 직원입장에서 관리가 힘들다는 의미에서 시행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나 한심한 일이 아니겠는가. 외국의 경우처럼 마주의 집안에서 대대손손 선조의 마주복색을 가보로 보관하고 후대들이 그것을 보면서 선조가 어떠한 말을 가지고 어떠한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그것이 곧 가문의 영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진정 개인마주제가 가져다주는 가치라고 본다. 또한, 반대로 경주에서 마주의 복색을 입은 기수가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게 될 때 마주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어야 그것이 진정 개인마주제가 아니겠는가. 그러한 결과들이 더욱 더 좋은 말을 갖기 위해 노력하게 하는 순기능적인 면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마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마주복색으로 변화를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