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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게 가면을 씌우는 경우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첫째, 다른 말이 옆에 붙는 것을 싫어하는 말이다. 경주에서 말들끼리 바짝 붙어서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데 이런 상황을 싫어하기 때문에 말몰이를 해야 하는 기수는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경주중 유리한 자리가 생기면 그곳으로 재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습성을 가진 말들은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에 주춤거리곤 한다. 또한 다른 말들이 가까이 붙으면 움찔하거나 옆으로 피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유리한 자리를 다른 말에게 빼앗기거나 좁은 틈으로 밀고 나와야 하는 경우에서도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습성을 가진 말은 차안대(앞은 보이지만 옆을 볼 수 없는 가면)를 씌운다. 그러면 옆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습성을 어느 정도 방지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이런 습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말은 아예 질주습성 자체를 선행마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둘째, 말 발굽소리에 예민한 말이다. 이것은 말들이 달리면서 굽이 지면을 디딜 때 자연발생적으로 나는 소리에 민감해 하는 경우이다. 이런 말들은 말 발굽소리에 놀라 무조건 도망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도망가면 오히려 경주에서 이점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어 결승선에서는 지쳐 뒤로 처지게 된다. 이런 말에게는 귀가면을 씌어 발굽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말 발굽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데 그 소리에 놀라 미친 듯이 뛰는 말을 기수가 적절하게 힘을 안배하여 자기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보다는 오히려 오버페이스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습성의 말들은 선행을 가게 되면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입마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셋째, 모래가 얼굴에 튀는 것을 싫어하는 말이다. 경마에서 레이스 중 모래가 튀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추진을 하기 위해 땅을 박차게 되는데 많은 모래들이 뒤쪽으로 날아가게 된다. 이때 뒤에 가는 말들은 모래에 얼굴을 맞게 되는데 모래에 얼굴을 맞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경우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 가면을 씌운다. 천으로 된 얼굴 가면을 씌어 모래가 직접 말의 얼굴에 닿지 않도록 한다. 비가 오면 날씨가 맑은 날보다 더욱 많은 모래들이 뭉쳐서 뒤쪽으로 날아오게 되는데 이때 모래에 맞고 움찔거리며 앞으로 나가기를 주춤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외곽으로 말을 빼서 타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은 의도적으로 선행을 가기도 한다. 이때 순발력이 부족한 말을 가지고 선행 작전을 펼치다가 쉽게 선행을 가지 못하고 다른 말과 싸우게 되면 초반에 힘을 소진하게 되어 우승권에서 멀어 지기도 한다. 모래를 맞는 것을 싫어하는 말이라도 선행력이 없으면 아예 뒤쪽에서 떨어져 뛰다가 4코너를 돌면서 외곽으로 빼서 승부를 보아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많은 경마팬들의 생각은 소리에 민감하거나 얼굴에 모래가 맞는 것을 싫어하는 말들은 선행을 가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순발력이 좋거나 말의 질주습성이 선행마가 아니라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습성을 가진 말은 선입이나 추입을 하면서 이와 같은 습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경주 작전이 필요한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