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잡지명도 까마득히 묻혀져가고 있는 ‘자키저널’과 인연을 맺으면서 경마장 출입을 시작한지 벌써 9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동안 경마장에선 무수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경마팬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조기협회에서의 조교사와 함께 하던 기수들의 모습, 기수협회의 독립, 경마팬과의 만남과 교류까지 기수협회는 자신들의 위치를 찾기위해 숨가쁘게 달려왔고, 지금은 공인으로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물론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故이준희 기수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일어났을 때 모든 기수들이 밤샘을 했고, 최고참부터 신인까지 故이준희의 마지막을 눈물로 지켜보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한창의 나이에 천직으로 삼았던 기수복을 벗어야만 했던 기수들의 얼굴들까지....
필자가 주로 담당하던 분야가 기수취재였기 때문에 16기 기수이후 기수들은 양성소 시절부터 얼굴을 익힌 기수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물론 취재원과 취재기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로막혀 있는 벽을 완전히 허물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그들의 희노애락을 듣고 함께 슬퍼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새롭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을 기수들 곁에서 생활하다보니 십수년 이상을 경마장에서 보낸 기수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오전에 피곤함을 토로하는 그들을 보며 ‘낮에 자면 되지’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남들이 포근한 잠자리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을 새벽 3시에 일어나 어둠을 뚫고 경마장으로 향하는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게 되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4월 26일 오랫동안 경주로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명근 기수에 대한 재정위원회 결과를 알게 되었다. 마사회 심판실 관계자에게 김 기수 재정위원회 결과에 대해 취재를 하고,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기수들을 만나 여기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동료입장에서 마사회의 과도한 처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기수,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전례를 들며 마사회 결정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기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근간에는 검찰로부터 인정조차 되지 않은 사건을 가지고 면허취소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마사회의 결정에 못내 아쉬움이 깔려 있었다.
이후의 일들은 본지를 통해 보도했던 ‘김명근 기수 면허취소 관련 사건일지’에서 밝힌 바 있다.
한국경마는 생산을 기초로 태동된 영국이나 미국의 경마와 달리 갬블성이 극명하게 부각되어 발전해 왔기 때문에 경마관계자 특히 기수, 조교사는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경마관계자들을 제약하는 방법만을 사용했다.
김명근 기수 건 취재를 하면서 그의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과연 검찰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어떠한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음에도 면허취소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야만 했는가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동료의 면허취소를 강 건너 불 보듯 지켜보고만 있는 기수협회 집행부가 과연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故이준희 기수의 주검을 바라보며 울부짖던 후배들이 이제는 어엿한 기수의 주축으로 서고 있는 시점에서 함께하던 동료를 살리겠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고 싶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