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경마팬들 대다수는 흔히 ‘단거리에서는 선행마가, 그리고 장거리에서는 추입마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거리가 짧을수록 스타트가 좋은 선행마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것과 반대로 거리가 길수록 추입마들에게 추입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무리 없는 생각이지만 이자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 베팅을 하다보면 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앞의 상식과는 달리 단거리에 추입, 장거리에 선행이 유리한 레이스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출발지의 위치와 상당히 밀접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주 결과는 초반 자리 싸움에 50%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적어도 스타트 이후 첫 코너웍에 이르기까지 인코스의 알맞은 자리를 확보해내지 못하면 줄곧 외곽에 밀리기가 쉽고, 이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든다면 자칫 상대마들의 진로를 방해하게 돼 순위변경이나 낙마 사고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참고로 예전 초보자 코너(경주마 능력을 산출해 보자)를 통해 외곽 질주시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는지 설명한 적이 있을 것이다.
3, 4코너 사이 구간에서만도 주파기록상 0.6초를 손해보게 된다.
이 때문에 경주마의 질주습성과 경주거리는 스타트 이후부터 코너까지 얼마만한 거리가 있느냐에 따라 유, 불리함이 결정된다.
본론으로 들어가 스타트부터 코너까지 거리가 가장 긴 1400m는 도주나 선행마보다는 추입형 마필에 비중을 두어 베팅에 임하는 것이 좋다.
1400m 출발지는 뒷직선주로 끝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스타트 이후 500m에 달하는 직선주로가 펼쳐져 있어 초반 자리 싸움에 의한 체력소모가 덜하다.
따라서 이 거리에서는 뒷심있는 경두마들이 선행마들을 먼저 보내놓고 여유있게 자리를 잡을 수 있어 막판 한발에 충분한 기대를 걸 수 있다.
반대로 스타트 직후 바로 코너웍에 돌입하는 1700m의 경주는 선행마를 위한 경주라 할 수 있다.
순발력 좋은 선행마들은 발주기가 열리는 동시에 치고 나와 여유있게 코너를 할 수 있지만 스타트가 느린 추입마들은 인코스를 빼앗긴 채 외곽을 돌아나가야 할 공산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고 하위권에 뒤쳐져 인코스를 점령하게 되면 선두마들과 격차가 너무 벌어지게 된다.
1700m는 4개의 코너를 가장 단시간에 점령하는 것이 성패를 결정짓는 사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코너웍에 불리한 추입마들이 추입 기회를 잡을 시기가 1400m보다는 여의치 못하다.

위 내용을 실전에 대입해 보면 1200m까지 뛰어 본 선행마가 능력 검증이 안된 1400m 와 1700m를 출전할 시, 입상 확률은 1700m가 더 높을 것이다. 마필이 늘어난 거리를 소화해 낼 지가 첫 번째 관건이지만 최소한 추입마들의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1200m까지 뛰어 본 추입마는 1700m보다 거리가 짧은 1400m에서 입상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리고 간혹 1800m까지 선행 여유승을 거뒀던 마필이 1400m에서 어이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그 선행마가 못뛰었다기 보다는 추입마의 활약이 더 컸을 것이다.

지금까지 경주마 질주습성과 경주 거리의 유·불리함에 대해 살펴봤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내용은 그야말로 이론이라 할 수 있고, 실제 경주에서는 특히 단거리에서는 능력있는 마필이 선행에 나서게 되고,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본연의 질주습성을 다시 자리잡게 된다.
이론과 실전의 응용, 이것은 경마팬들의 꾸준한 연구가 뒤따라야지만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


작 성 자 : 김대유 dykim@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