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서 자주 쓰는 은어 중에 ‘구미’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 파, 조직 등의 뜻을 의미하는 일본어인 구미는 한국의 경마인들에겐 마필능력의 강하고 약한 정도, 경주편성의 약하고 강한 정도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구미(앞으론 편성강도란 우리말 표현을 쓰겠다)에 대해선 초보자가 접근하기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복병마 선정에 있어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경주의 편성강도이기 때문에 간단하게라도 언급하고자 한다.
경주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편성강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 1년에 90-95일 동안 1100개 이상의 경주에1400마리 정도의 마필이 로테이션으로 출전하는 우리 경마의 현실에선 같이 뛰었던 마필이 1년 동안 몇 번이나 다시 맞붙는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강한 편성에서 바닥을 치던 마필이 약한 편성에서 입상을 하며 배당을 터트리는 경우가 종종 있고 반대로 약한 편성에서 연승을 거두던 마필들이 강한 경주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2월 2일 토요경마 9경주에선 11번 ‘에스빠스’가 동군 강적들을 물리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당일 인기마였던 ‘차오름’과 ‘연승시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인기마였는지도 모르지만 ‘에스빠스’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최근 2번의 경주에서 다소 실망감을 안겨 주었던 ‘에스빠스’, 하지만 그 2개 경주가 동군 최강자들이 출전했던 YTN배 경마대회와 새해맞이 특별경주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얘기가 틀려진다. 직전의 경마대회와 특별경주에서 2번 모두 무리한 선두권경합 이후 무너졌으나 이번 경주는 강한 선행형 마필이 없었고 최근 들어 가장 해볼만한 상대를 만났다는 점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되어도 무방한 마필이었다. 물론 당일 고배당은 ‘자상’의 몫이 크긴 했지만 ‘에스빠스’ 또한 저평가되었기 때문에 85.3배라는 고배당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일요경마 11경주의 ‘황토밭’이 있다. 전전 경주에서 ?은 추입탄력을 보이며 2위를 차지했던 마필로 직전 경주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9위에 그쳤지만 같이 뛴 마필들의 다음 경주 성적을 살펴 보면 이번 경주 2위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승마였던 ‘매스커라’는 1군 승군전 강적 틈에서 3위, 3위’영워한태양’은 우승, 4위 ‘지아이제인’은 2위, 5위 ‘마하플러스’도 2위, 8위 ‘천하일격’도 2위, 이 밖에 같이 뛰었던 마필들이 동군 강자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대 약해진 이번 경주에선 당연히 강력한 입상후보로 평가되었어야 할 마필이었다.
정리해 보자면 강한 편성에서 바닥을 치던 마필이 약한 편성을 만나 해볼만한 경우 인기가 없을 때 최고의 복병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마필이 어느 정도의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마필이 강한 편성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 주었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순위나 기록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편성강도-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대목일수도 있지만 출마표를 보고 그 경주를 A,B,C 세 등급으로만 나눌수 있어도 본인의 경마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작 성 자 : 이석 guardm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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