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의 앞·뒷다리는 언뜻 생각하면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론 많은 차이점이 있다.
경주중 다리부상을 보면 대부분 앞다리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뒷다리에 비해 빈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앞다리는 체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뒷다리는 몸체를 앞으로 추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깨뼈와 앞다리를 구성하는 뼈들은 근육이나 인대에 의해 척추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뒷다리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뒷다리에는 달릴 때 착지충격이 강하게 미치지 않으므로 뼈와뼈가 직접 연결되어 있어도 큰 손상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뒷다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에 비절을 빼놓을 수 없다. 비절은 말이 발굽으로 지면을 박차면서 발생된 추진력을 상부의 엉덩이쪽으로 전달시켜 주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말이 달릴 때 비절에는 상당량의 마찰과 충격이 가해진다.
특히 비절의 형태가 불량하면 그 손상정도가 심해지는데 비절과 비절의 사이가 벌어져 뒤에서 보면 원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 ‘○형지세’라고 하는 형태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달릴 때 상대적으로 발굽과 발굽의 거리가 가까워져 서로 상대측 다리의 운동을 방해한다. 반대로 ‘×형지세’는 비절과 비절의 사이가 너무 가깝고 양발굽은 벌어져 각각 외측을 향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지세는 ‘비절내종’이라고 하는 관절염이 발생되기가 쉽다.
말이 전속력으로 달릴 때는 뒷다리에 상당한 추진력이 필요한데 그러한 목적에 부합되려면 궁둥이와 뒷다리의 골격구조와 근육형성이 튼튼하며 균형이 잡혀져 있어야 한다.
궁둥이의 이상적인 길이는 궁둥이의 최고 높은 곳으로부터 쭉 엉덩이선을 타고 내려와 볼기의 볼록한 부분까지의 길이가 등길이의 ⅔이상은 되는 것이 좋다.
경주마에서 잘생긴 궁둥이란 허리 뒷쪽에 볼록 나온 골반 돌출부와 볼기 끝과 그리고 뒷무릎 앞쪽의 오목 들어간 곳을 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정삼각형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형태가 골반뼈와 대퇴골 그리고 엉덩이 근육과의 연결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적은 힘을 들여 마체를 전방으로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역학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후방에서 보았을 때 궁둥이는 적당히 넓고 두다리는 나란한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엉덩이와 뒷다리 대퇴부에는 큰 근육들이 있으므로 그 근육들이 발달해 나갈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궁둥이가 넓어야 무릎과 무릎 사이도 넓어지고 그 아랫부분의 비절, 구절, 또는 발굽간의 사이도 넓어져 달릴 때 충분한 여유공간이 제공되므로 다리끼리 방해가 없게 된다.
궁둥이가 너무 넓고 뚱뚱하며 짧은 것도 경주마로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한다. 이런 말은 당장 보기에 예쁘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빠른 동작을 할 수가 없으므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별로 호평받지 못하는 또다른 형태의 궁둥이는 꼬리가 너무 올라 붙은 것이다. 보통은 궁둥이 제일 높은 곳으로부터 볼기 쪽으로 서서히 흘러 내려오다 꼬리심과 미끄러지듯 연결되는데, 이런 말은 궁둥이의 높은 곳에서 얼마 안 떨어져 곧바로 꼬리심이 돋아나 보기에도 멀쑥하게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외관상으로는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후지의 추진력을 발휘하는데 크게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말의 외모를 보고 평가라는 일은 언뜻 보기에 별로 어렵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이곳 저곳에 수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오랜 마필관찰 경력을 가진 사람들조차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말의 뒷부분인 궁둥이와 뒷다리는 말의 주행속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외관적으로 아름답고 잘생긴 것에 반해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이란 힘의 역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보이지 않는 골격구조를 꿰뚫어 보거나 뼈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실력이 검증된 잘 달리는 말의 뒷다리와 궁둥이를 자주 관찰하는 방법이 최우선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