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 걷는 모습이 좋은 경주마가 잘 달린다. 즉 보통의 걸음걸이로 걸어 다닐 때 네다리의 균형이 잘 맞고 보기 좋은 경주마가 역시 달릴 때도 다리가 서로 꼬이지 않고 리듬감 있게 효율적으로 착지와 추진동작을 무리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주마와 가장 가까이 생활하는 조교사들은 처음 경주마를 평가할 때 전반적인 능력과 향후 발전 가능성은 경주마를 걸려 보거나 회전을 시키면서 걸음새를 살펴보는 것으로 어느정도 판단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경주마, 아니 말의 정상적인 보폭이란 일단 어느 한쪽의 앞다리가 착지한 뒤에 발자국이 생기면 다음에 같은 쪽의 뒷다리가 따라 움직여 앞발굽이 이미 만들어 높은 발자국에 뒷발굽이 겹쳐지는 형태의 보폭이 가장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정상적인 보폭의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며 양호한 보행으로 생각된다.
평보에서 보폭이 크다는 것은 자신의 몸체를 앞쪽으로 많이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폭이 많이 나가고 마체가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말의 네다리가 균형적으로 발달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말이 편안하게 서 있을 때의 자세가 뒷다리는 옆에서 보아 엉덩이 끝에서부터 가상 수직선을 내려 그었을 때 그 선이 비절끝을 스치고 지나 중족골(뒷다리 무릎 관절부분)과 평행하게 내려가다 구절(말굽 위 굽은 부분) 뒤쪽을 살짝 스치고 내려가는 것이 좋은 것이다. 또한 앞다리는 기갑의 바로 앞에서부터 내려 그은 가상 수직선이 어깨의 중간지점을 지나 주관절, 완관절 그리고 구절의 중간부위를 지나가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 지세이다.
어떤 말은 앞다리의 보폭보다 뒷다리의 보폭이 커서 뒷발굽의 발자국이 앞발굽의 발자국보다 앞쪽에 찍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은 달릴 때 등에 탄 기승자에게 충격을 덜 줄뿐만 아니라 주행동작이 부드러우면서도 속도를 빨리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달리다가 돌이나 나무 그루터기 등 돌발상황이 나타날 때 다리를 살짝 들어올려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말들은 승용마로 활용해도 좋지만 지구력 경기마로 활용해도 유리하다. 왜냐하면 달리면서 불필요한 동작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달릴 때 간혹 뒷발굽으로 앞다리를 찍어 상처를 내는 경우가 있어 흠이 되기도 한다.
잘 다듬어진 말은 움직이는 동작도 그만큼 자연스럽다. 발은 전방으로 길게 그리고 낮게 움직이는 보행자세가 바람직하다. 앞발굽은 지면에 착지할 때 굽끝이 땅에 먼저 닿아야 완충작용이 잘돼 기승자가 편하며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을 수가 있다. 어깨 동작은 발굽이 땅에 닿기 전 공중에 앞다리가 떠 있을 때 충분히 앞쪽으로 쭉 뻗어져야 보폭이 크고 동작이 부드럽다. 가슴과 팔꿈치(주관절) 사이에 어느정도 공간이 있어야 옆가슴과 어깨의 운동이 원활해지며 특히 속보동작에서 우아하고 유연한 동작을 보일 수 있다.
걷거나 달릴 때 무릎의 동작이 높게 올라가는 말은 보폭이 좁아져 힘은 힘대로 들이면서 속력은 내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운동을 한다. 속보에서 무릎을 높이 드는 말은 습보에서도 무릎을 높이 들기 때문에 속력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보행상태는 대개 어깨뼈가 비스듬히 누워있지 않고 수직에 가깝게 서 있는 말에서 잘 관찰이 된다.
가장 쉽게 말의 동작을 보는 것은 일직선상으로 말을 걷게 하거나 속보로 달리게 하고 말의 뒤쪽에서 보는 것이다. 좋은 걸음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지만 결국 편한 동작으로 부드럽게 다리를 전진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예시장에서 관찰할 때 말의 걸음걸이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가를 보면 된다. 앞다리와 뒷다리가 직선으로 전진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망아지나 성장기에 있는 말은 다리의 힘이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선운동이 완전하지 않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바른 걸음을 걷게 된다.
말이 걸을 때 발굽을 바깥쪽으로 휘젓듯이 내 뻗는 것을 광폭회전 보양이라 하는데 이런 동작을 하는 말은 쉽게 다리를 삐거나 뼈의 일부가 혹처럼 불거져 올라오는 관골류가 생기기 쉽다.
좌우 발굽간의 간격이 좁은 말은 거의 직선상에 발굽자국을 찍으며 걷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소폭회전 보양이라고 한다. 이런 걸음을 걷는 말은 서로의 발굽이 상대측 다리의 발목을 스치면서 외상(교돌)을 입힐 위험성이 있는 말이다.
이런 말은 한쪽의 발굽이 상대측의 다리에 반복적으로 자극을 주기 때문에 결국 피부가 찢어지거나 인대를 손상시켜 말을 못쓰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대개는 가슴이 좁은 말 또는 양발굽을 모으고 서 있는 자세를 가진 말들이 이런 걸음을 걷는다.
말을 가만히 세워 놓고 볼 때는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말 같아도 막상 걸음을 걸리거나 뛰게 해보면 발놀림이나 몸놀림이 불균형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말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외모만 보고 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반드시 걷는 모습과 몸의 운동자세를 눈여겨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 성 자 : 권순옥 sweethe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