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경매인가?>
―개별거래 오히려 부추겨…민간목장, 경매 기피하고 개별거래 추진
―상금체계 개편 통해 경마산업의 구조적 모순 해결해야

두 차례나 무산돼 생산자들의 애를 태웠던 국산마 경매가 빠르면 10월 중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산마 경매제도는 시기상조라는 많은 논란 속에서도 선진 경마시행이라는 전제하에 지난 98년 7월 극적으로 첫 시행됐다. 비록 일부 마필의 경매가가 턱없이 높아 구매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고 생산 농가들은 평균 마필가가 생산 원가에 미치지 못해 적자폭이 높아진다는 등의 불만을 토로했지만 경매 시행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서로가 양보해왔다.
그러나 올 해 들어서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 98년 IMF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로 경마상금이 무려 23%나 삭감됐고 이에 따라 생산에 의욕을 보였던 농가와 국산마 구매에 열을 올렸던 마주들이 계속되는 적자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고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사회 각 분야의 산업들이 조금씩 활기를 띠어가고 있지만 경마산업에 한해서는 9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경매를 보이콧하고 있는 마주들의 입장은 이렇다.
경마상금에 포함되는 경주마 구입가가 2000년 9월 현재 1천3백50만원(각종 경비 제외)이었으나 지난해까지 열렸던 경매의 낙찰가를 기준으로 보면 두 당 1백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적자 마주가 속출하고 매년 그 적자 폭은 커진다고 마주협회는 주장하고 있다.
더 이상의 적자를 감당키 어려운 마주협회는 이런 이유로 올 해 예정됐던 두 차례의 경매를 모두 무산시키게 됐고 시행체인 마사회는 뚜렷한 답안을 내놓지 못해 경마관계자와 경주마 생산자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원활한 경주마 수급과 생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가져왔던 마사회와 마주협회는 최근 10월 중 경매 시행이라는데 합의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세부적인 사항 합의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육성목장 보유마에 한해 두 당 운송비 10만원을 마사회에서 마주협회에 지원해 주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모양이다.
이제라도 경매를 시행한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매무산을 비롯해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아쉬움이 따른다.
경마시행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인 것은 마사회와 마주협회다. 그러나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농가와 경마팬에게 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농가는 경주마 한 마리를 생산, 육성해 내는데 6개월령 기준으로 총 8백77만원의 원가가 들지만 마사회 육성목장의 구매가는 평균 6백75만원(수입 씨암말 자마/737만원, 국내 퇴역 씨암말 자마/613만원)으로 두 당 2백만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민간목장의 자본과 시설이 아직 미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쩌면 마주들이 입고 있는 손해보다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는 액수다. 막대한 시설 투자 비용을 경매로 보상받으려 했던 생산자들은 경매가 번번이 무산돼자 적극적인 개별거래에 나섰다. 올 해 3차례에 걸쳐 상정키로 했던 민간목장마 2백50여두 가운데 벌써 2백여두는 개별거래로 팔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매 무산으로 국산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경주 편성이 느슨해져 경마팬들로서는 시시한 경주를 입장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관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경마상금 체계는 우리 경마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경마관계자와 모든 관련 단체가 힘을 합해 합당한 경마상금 체계를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단체가 피해를 입어서도 안되며 더욱이 경마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생산농가는 더더욱 피해자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경매가 곧 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도 생산자들은 걱정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민간목장마들은 마사회 육성목장마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인식되고 있는데 육성목장마들만 운송비를 지원해준다면 어느 마주가 민간목장마를 사 줄 것인가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가 열리면 열리는대로 취소되면 취소 되는대로 이래저래 생산자들의 한숨은 높아진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경매인가?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