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의 복병마찾기(22)-제2의 ‘비진도’를 찾아라!!

과거 비만 오면 미친 듯이 도주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비진도’!
평소에는 선행도 시원하게 못나가고 고전하다가 비만 오면 시원한 선행으로 거리에 상관없이 한바퀴를 돌아 버리며 입상에 성공하던 마필로 그 마명에 빗대어
‘비가 내리고 진흙탕이 되면 도주해서 입상하는 말’
이라고 동호회원들과 우스개소리를 하던 기억이 있다.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며 불량한 주로에서 경주가 펼쳐지는 경마일이 많다. 앞으로 어려운 편성에 야간경마와 맞물려 고배당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은데 오늘은 주로상태에 따른 복병마선정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보통 수분함유율에 따른 주로상태를 다습, 포화, 불량으로 나누는데  필자는 통칭 ‘젖은 주로’라 부른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주로에 수분함유율이 높은 상태에서 경주를 치르면 선행마가 유리하다는 이론이 있다. 튀는 진흙 때문에 시야가 방해되고 진로선택이 어려워 추입마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인데 필자는 이 이론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나 크게 찬성하지는 않는 편이다. 주로상태에 따라 강점을 가지는 마필은 있겠지만 젖은 주로에 선행마가 유리하고 건조주로에 추입마가 유리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면 젖은 주로에서 이변을 일으키는 것은 질주습성 보다는 각 마필의 특성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마필이 ‘비진도’로 젖은 주로에서 제2의 ‘비진도’를 찾는다면 의외로 복병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평소보다 젖은 주로에서 잘 뛰는 마필은 왜 그러냐? 질문을 한다면 답변이 쉽지 않다. 밝혀진 이론에 의하면 발굽이 큰 마필은 젖은 주로에서 미끄러지기 때문에 추진이 힘들어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발굽이 작고 뾰족한(대표적인 마필은 신세대) 마필은 보통주로에서 경주를 뛰면 피곤함을 쉽게 느끼지만 젖은 주로에서는 강점을 가진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납득이 쉽지 않은 이론이다. 그렇다고 딱히 본인이 시원하게 설명을 할 수 있는 이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비 오는 날, 젖은 주로에 강점을 가진 마필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7월 14일 일요경마 10경주에서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한 ‘토탈’은 젖은 주로에서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마필로 평소 복승률이 54.5%인데 비해 젖은 주로에서는 80%로 급상승한다. 특히 불량주로에서 2000m 2분 11초9 라는 자기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마필로 자신의 평균기록인 2분 14초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런 젖은 주로에 대한 강점은 실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동군강적인 ‘은유정상’, ‘동틀때’를 꺽으며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보여 주었다.
그럼 이렇게 젖은 주로에 강한 마필, 즉 제2의 ‘비진도’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일단 마사회에서 발표하는 경주프로그램 책자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프로그램책자에 보면 각 마필의 주로상태별 전적과 2위까지의 성적이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각 마필의 당일 출전거리 최고기록이 어떤 주로상태에서 작성되어 있는지 잘 나와 있다. 이 2가지의 정보만으로도 어느 정도 젖은 주로에 강한 마필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과거 경주의 기억력이 필요하다.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마필이라면 이 마필이 건조주로에서 잘 뛰었는지 불량주로에서 잘 뛰었는지 기억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장마철이 끝나가고 있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편에선 젖은 주로에서의 복병마를 찾는 법을 설명해 보았다. 물론 수많은 변수 중에 이런 변수까지 체크하기가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비가 많이 내리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 한 번쯤은 반드시 체크해 볼만한 내용이라 생각되는 만큼 실전에서 적용해 보길 바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작 성 자 : 이석 guardm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