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품질향상 경마산업 발전의 원동력

경주마 품질향상이 경마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세계 경마시행 국가라면 누구나 다 생각하는 공통의 목표일 것이다. 그리고 세계 경마산업 경쟁의 최종 목표는 어느 나라가 가장 우수한 씨수말을 보유하느냐로 모아질 것이다.

83년의 경마역사를 간직한 우리나라는 격동의 세월을 보내면서 질곡의 시간들로 점철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우민화 정책과 병참기지화 정책에 의존하던 말생산이 해방 이후에는 조랑말 경마만을 시행한 시절도 있었으며 특정 회사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여 경마를 시행한 시절도 있었고 1993년 이전에는 시행체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여 경마를 시행한 시절도 있었다. 격동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끊임업이 부정경마가 발생하는데다 한탕주의 도박심리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경마팬이 늘면서 한국경마는 사회로부터 부정적 편견에 갖힌 채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 이후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열악한 조건들을 극복하며 각 분야에서 경마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 결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우선 국산마 생산과 육성이 크게 확대되고 잠시나마 외국산마에 대한 개별거래가 허용됨으로써 경주마의 질이 높아져 경주의 박진감이 강화되고 부정시비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큰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권의 종류도 다양화되어 경마소비자인 경마팬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경마정보제공이 확대되고 경마팬에 대한 서비스도 크게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과가 있는 반면 아직도 해결해야할 수많은 과제들이 도처에 널려 있기도 하다. 경마산업은 기본적으로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사이클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즉 모든 과정이 경주마를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래서 선진경마국들은 모든 정책의 초점을 질좋은 경주마를 확보하고 활용하는데 맞추고 있다.

우리의 경마산업 환경을 점검해볼 때 관람시설이며 마권구매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경주마들이 생활하는 마방시설은 경주마들에게 감옥과 마찬가지다.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않아 일부 마방의 경우 경주마의 분비물에 의한 암모니아가스 냄새가 진동을 한다. 불결한 공기를 마시는 경주마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곤란하다. 특히 말들은 시각이 발달되어 있는 특징이 있는데 그래서 드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달리며 군집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의 마방환경은 햇볕조차 마음대로 쬘 수 없는 실정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경주마들이 마방 내에서 발작증세를 일으킨다든지 이상 현상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경주마의 이동로도 위험천만이다. 대부분 콘크리트로 연결되어 악벽마들이 방마되어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진다면 경주마로서의 운명은 끝장이기 쉽다. 예술작품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좋은 무대가 필수적이다. 레이스의 무대인 경주로는 어떠한가. 우리의 경주로는 훈련을 겸하다보니 혹사를 당하고 있으며 그나마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건조할 때는 먼지를 마시며 달려야 하고 장마철에는 물이 질퍽거리는 주로를 달려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주마의 질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지난 2002년 외산마 개별거래 허용은 참으로 좋은 정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현지 경험이 없는 말로 제한하더니 올해는 현지가 2만불로 또다시 옥죄며 거꾸로 가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결과 외국산마의 품질이 급격히 저하돼 질좋은 국산마샌산의 희망마져 꺾어버렸다. 상금체계도 질좋은 경주마를 탄생시키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며 경주편성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주당 편균상금을 따져볼 때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경마일 수와 경주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랄 뿐만 아니라 질이 낮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나 질이 뛰어난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 상금의 격차가 크지않아 우수마를 홀대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주편성의 경우도 제한된 경주마가용 문제 탓으로 효과적인 편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효과적인 경주편성을 위해서는 현행 군체계를 전면폐지하고 경마의 나이 성별 상금 우승횟수 등을 근간으로 하는 편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외에 말등록제도도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으며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씨수말이나 씨암말로 활동하다가도 컨디션이 좋으면 경주마로 활용이 가능한데 한국경마가 그런 상황까지 가기에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