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국산마가 철옹성 같았던 서울의 외국산마를 드디어 넘어섰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최우수 경주마들이 총출전한 2010 그랑프리 경마대회에서다. 국산마에 이어 지난해부터 외국산마도 서울과 부산의 통합 경주에 출전할 수 있게 됐고, 경주 내용은 사실상 「서울의 외국산마 vs 부산의 국산마」식으로 펼쳐졌다. 외산마가 출전하는 총 4차례의 대결에서 경마대회 결과는 항상 서울의 외국산마가 우승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첫 번째 대결이었던 2009년 부산광역시장배에서는 ‘불패기상’이 우승, 이전까지 비록 국산마였지만 만나기만 하면 부산이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냈기 때문에 서울로서는 ‘불패기상’의 우승은 구겼던 자존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외산마는 서울이 강하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대결이었던 2009년 그랑프리에서는 ‘동반의강자’까지 가세하며 ‘동반의강자’ 1위, ‘불패기상’ 2위라는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

세 번째 대결이었던 올해 부산광역시장배도 역시나 우승은 서울 외국산마인 ‘터프윈’이 차지했다. 이때 관심을 모았던 것은 서울과 부산의 자존심 대결이 아닌 ‘동반의강자’와 ‘터프윈’의 원정 맞대결로 ‘동반의강자’가 4코너 선회시 크게 외측 사행을 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져 싱겁게 ‘터프윈’의 우위로 끝났다. 이처럼 세 번째 대결까지 계속 서울의 외국산마가 우위를 나타냈기 때문에 아무리 2010그랑프리경마대회를 맞아 ‘당대불패’와 ‘연승대로’ ‘미스터파크’라는 뉴 페이스가 등장했다 할지라도 네 번째 대결에서도 서울 외국산마의 우위로 끝날 것으로 예측됐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대회 결과는 설마했던 ‘미스터파크’가 출발부터 선두권에서  ‘당대불패’와 ‘터프윈’과 경합을 평쳐나갔고 막판에는 제대로 탄력 붙었던 ‘래리캣’의 반격까지 따돌리며 부산의 국산마가 외국산마 통합 경주 첫 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미스터파크’의 우승은 비록 포입마이지만 국산마란 점에서 부산의 국산마 수준이 서울의 외국산마 대비 동등하다는 능력상 업그레이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제 갓 3세마란 점이 향후 대결에 더욱 흥미를 갖게 한다. 즉 ‘터프윈’, ‘당대불패’, ‘미스터파크’가 모두 3세기 때문에 4-5세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할 때라고 봤을 때 최소한 2년은 이들의 힘찬 질주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마필이 4세 때 더 왕성한 능력 발휘를 할 지는 지켜봐야 하나 부담중량으로만 본다면 내년 그랑프리를 예상할 때 ‘터프윈’은 58kg이 되고, ‘당대불패’와 ‘미스터파크’는 54kg이 된다. 올해 그랑프리 대비 부담중량 차이는 1kg이 줄어들지만 ‘터프윈’의 중량이 58kg로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대불패’와 ‘미스터파크’로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열세로만 평가돼 왔던 부산의 국산마가 그랑프리 제패를 계기로 서울의 외국산마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점은 앞으로 우리나라 경주마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서울의 외국산마가 왜 부산 국산마에게 패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산마의 도입정책은 잠시 개별구매가 허용되더니 상한가가 정해지고 반드시 경매에서만 구입하며 연령도 제한해 우수한 국산마를 들여오지 못하도록 고정화되었다. 한국경마의 선진화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후퇴하는 정책이 아닐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외국산마 도입정책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검토 되어야 한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정책은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일 뿐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