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감독 선발 및 마방 대부 과정에서 ‘경주마 위탁 능력’ 을 강화하려는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방법을 놓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마주로부터 경주마를 위탁받아 마방 경영을 총괄하는 경마감독에게 ‘경주마 위탁능력’은 사업가의 마케팅 능력에 해당된다. 경마 감독 면허 교부 및 마사 대부를 관장하는 한국마사회가 ‘경주마 위탁 능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신규 감독 개업 시 모든 감독들에게 일괄적으로 18개 마방을 대부해준 방식이 경주마 수급차질 등 비효율적인 마방운영을 야기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먼저 신규 감독 선발 기준에서 경주마 위탁능력 등 객관적 평가 항목을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50%를 차지하던 주관적 평가 항목(자질, 장래성 등)을 20%로 축소하고, 위탁동의서 등 객관적 증빙자료가 필요한 경주마 위탁능력 등 객관적 평가항목을 80%로 대폭 확대했다.
마방대부 기준도 ‘일괄 대부제’에서 ‘신청제’로 전환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경주마를 한 마리도 확보하지 못한 채 개업하는 감독이 41%에 달해 마방을 공실로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마사회는 감독이 경주마를 먼저 확보한 후 신청을 통해 마방을 대부하는 방식으로 마사 대부 기준을 개정했다.

개업 신청 시 제시한 위탁관리두수를 추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제재가 가해진다. 개업 후 3개월 이내에 계획하였던 두수를 입사시키지 못할 경우 6개월간 10마방 이내로 마방대부가 제한되게 된다. 한편 우수한 마방 운영 실적(입사율 90% 이상, 출주율 및 성적 평균 이상 시)을 보인 2년차 감독에게는 마사대부 요건을 상향조정(22칸 대부→24칸 대부)하는 인센티브가 제공될 예정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공정성이 강조되는 경마에서는 우수한 감독 밑에서 뛰어난 말이 탄생하기 때문에 감독들의 실무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쟁 및 효율적 마방운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감독 선발과 마방대부 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어느 때보다 경마 감독들의 ‘현장 영업력’이 강조됨에 따라 더 나은 마방운영 노하우를 내세우며 더 많은 경주마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신규 개업 감독들의 마방 대부는 오는 6월 하순에 열리는 ‘마사대부심사위원회’에 의해 확정된다.

경마에서 감독이란 마주로부터 경주마를 위탁받아 마방을 경영하는 총괄 CEO에 해당된다. 보통 감독 1명이 보통 20∼30두의 경주마를 마주로부터 위탁 받는데, 경주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훈련 및 영양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실제 경주에서는 함께 뛰는 상대편 경주마를 분석해 자신의 경주마가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야 할지 작전을 수립한다. 경마 감독은 경주마와 이를 관리하는 말관리사, 또 말몰이를 직접하는 선수까지 관리 감독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있는 현역 경마 감독들은 명칭만 있고 권한은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부산이나 제주와는 달리 특정 감독이 마방관리인력을 직접 고용할 수 있는 인사권이 없기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찬밥신세라고 한탄한다. 최근에는 선수들까지도 마주와 직접 만나 작전을 논의하는 등 하극상이 벌어지고 있어 감독의 역할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주들은 경주마의 주인(다른 스포츠와 비교하면 구단주)이 경주마 이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감독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마의 현실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차산업에서 4차산업까지 아우르는 복합산업은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가 선진경마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