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에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있다. 사기 항우본기에 나오는 내용으로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라는 뜻이다. 사방으로 빈틈없이 적에게 포위되어 극복할 방법이 없는 상황을 일컫는다. 요즘 대한민국의 말산업 현황이 꼭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단일 축종인 말산업을 육성하여 FTA시대 대한민국 농촌경제의 희망이 되고자 했던 ‘말산업육성법’이 3년째에 접어들었으나 곳곳에서 말산업을 폄훼하고 규제하고 통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6월27일에는 김광진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국회의원이 장외발매소 신설은 물론, 이전·변경을 사실상 불가능케 하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경마계·말산업계를 침통하게 했다. 최근에는 올해 9월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용산장외발매소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반발하고 있으며, 여론에 떠밀린 용산구청이 사업추진 철회 요구에 나서며 한국마사회를 당혹케 하고 있다.

김광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마사회법 개정법률안은 화상경마장 설치·이전 또는 변경시 설치 예정지가 속하는 지방자치단체의 19세 이상 주민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한국마사회는 더 이상 장외발매소의 신설은 물론 이전이나 변경 자체가 불가능해져 경마매출 하락 가속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입주만을 남겨둔 용산 장외발매소의 경우 동일지역 내 이전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용산구청의 장외발매소 이전에 대한 인허가 과정을 거쳤고, 주변학교와의 거리도 규제거리인 200m를 벗어나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것과 주변에 교육시설이 밀집돼 있다는 주장을 펴며 용산지점 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마산업에 강도 높은 규제책으로 일관해온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최근 더욱 강화된 규제책을 포함한 제2차 종합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경마계와 말산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감위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2차 종합계획 시안을 마련했는데, 2018년까지 전자카드 제도 전면시행, 출입제한제도 강화, 사행산업 영향평가 제도 도입, 사행산업 진입 퇴출 규제 강화 등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전자카드 제도가 전면도입 될 경우 매출 급감으로 2018년 기준 경영수지 2,622억원 적자 및 공익재원 출연금이 2012년 대비 9천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경마 지속 운영 및 말산업 육성 재원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감위의 전자카드 전면도입에 대해 마사회는 이용객의 정보수집 및 개인정보 활용동의서 요구 등 거부감으로 인해 기존 경마팬이 불법도박으로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합법 사행산업의 4배에 달하는 불법도박만 양성하는 백해무익한 정책이다. 지난 2009년7월20일 일방적으로 중단한 온라인 마권발매 재개된다면 보다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출입시 신분확인을 의무화 한다는 사감위의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따른 경마팬 반발 및 이탈로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이 추가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출입관리 규제 도입에 앞서 보다 효과적인 불법도박 근절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2차 종합계획에서 불법도박에 대한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단일 축종인 말을 소재로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해놓고 한편에서는 말산업을 죽이기 위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올바른 지식과 인식도 없이 부정적인 선입견에 따른 편견으로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일삼는 일부 시민단체의 행동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답답한 노릇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