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제34대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사면초가의 위험에 빠져 있는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마사회장은 33명이 바뀌는 동안 기업인 출신 회장이 취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90년대 초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군장성 출신 인사들이 한국마사회장 자리를 독차지해왔다. 5.16으로 인해 대한민국 자체를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시절이었으니 군출신 인사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정치인이 주류를 이루다가 제30대 박창정 회장(농림부 차관 출신)이 공무원 출신으로 한국마사회 수장으로 입성했고 직전에는 장태평 전 농림부장관이 33대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장관 출신이 산하기관의 장으로 취임하는 현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12월 5일 현명관 신임 한국마사회장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마사회 본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거행함으로써 제34대 한국마사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한국마사회는 회장공모에서 신청자중 3배수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박승부 전 한국마사회 상임감사, 강봉구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 등 3명의 후보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했는데,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현명관 후보를 최종 한국마사회장으로 추천했다.

현명관 신임 한국마사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계 인맥 중 대표적인 인물로, 장태평 전 한국마사회장의 퇴임 직후부터 차기 한국마사회장으로 꾸준히 거론되었다. 한때 KT회장 내정설이 있었지만, 본인 스스로 고사하고 한국마사회장 공모에 신청했다.

현명관 회장은 감사원 출신으로 삼성물산 회장직을 물러난 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를 하기도 했다. 2006년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했고, 2007년 경선캠프에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지난해 7월 대선 경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 재계에선 호텔신라 부사장, 삼성건설 대표,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물산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명관 마사회장의 취임 소식이 알려지자 경마계에는 예상했던 결과라면서도 그동안 한국마사회장에 정관계 고위인사가 취임했던 것과는 달리 경제계 인사가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영스타일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재계 최고의 삼성물산을 경영해온 현 회장이 사면초가에 놓인 한국 경마산업은 물론 싹을 틔우고 있는 말산업에 어떤 돌파구를 제시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경마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편파적인 규제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권과 스포츠토토는 전국 7,000개에 이르는 동네편의점에서도 팔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판매된다. 그런데 경마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전국의 3개 경마장과 30개 장외발매소를 찾아가야지만 구매할 수 있다. 그나마 시설이 낙후된 장외발소 대신 새 장외발매소를 설치하여 이전하려해도 이마저도 일부의 반대에 의해 개장이 보류되어 있다. 경마와 복권-토토 와는 애시당초 경쟁이 되지 않는다. 공정한 거래행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마는 편파적인 규제에 묶여 매출액과 입장인워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산적한 어려움을 새 회장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말산업은 제주도에 편중되어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 회장은 제주 출신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제주도의 특성과 현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을 이끌었던 능력과 역량을 살려 침체일로에 있는 경마산업을 되살리기를 기대한다. 말산업을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으로 우뚝 세워주기를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