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역사 박태종 기수가 통산 1900승을 달성했다. 1899승으로 12월 3주차를 맞이한 박태종 기수는 12월 21일 3경주에 출전한 ‘마이킹데이’와 호흡을 맞춰 대기록을 작성했다. 박태종 기수와 ‘마이킹데이’와의 호흡은 찰떡궁합이었다. ‘마이킹데이’는 종반 한 수 위의 걸음을 보여줬고, 박태종 기수는 화려한 세리모니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록 달성을 자축했다.    

1965년생인 박태종 기수는 국내 기수 데뷔 27년차다. 통산 성적은 12446전 1900승 준우승 1735회다. 국내 기수 중 10000전을 넘은 유일한 기수고, 통산 1000승 이후에는 모든 기록을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박태종 기수의 1900승은 지난 1987년 데뷔 후 무려 27년 만에 달성된 기록이다. 기수 생활 27년 동안 역대 기수 부문 통산 최다승 기록은 물론이고, 국내 기수 중 첫 시즌 100승을 돌파하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박태종 기수의 통산 2000승 달성에 모아지고 있다. 박태종 기수는 1800승에서 1900승 고지를 점령하는데 불과 1년 남짓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도 정상급의 기수로 활약 중인 박태종 기수라면 2016년에는 통산 2000승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종 기수는 기수로 27년 동안 활약했고, 37번의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와 경마대회에서 호흡을 맞춘 유수의 경주마들은 국내 경주마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다. 1992년 무궁화배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보은’을 시작으로 ‘케뷔’, ‘대견’, ‘뷔로라’, ‘무비동자’, ‘퍼펙트챔피언’, ‘언어카운티들리’, ‘개선장군’, ‘에이스갤러퍼’ 등이 박태종 기수와 호흡을 맞춰 주요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주마들이다. 이들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경주마들이고, 그들의 뒤에는 국민기수 박태종이 한국경마사의 역사를 계속 새롭게 창조해가고 있다.

사실 그동안 불행한 한국경마 역사를 생각할 때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기수나이 30세를 넘기기 힘들었다. 잦은 경마부정으로 많은 기수들이 경마장을 떠나야했기 때문에 30세가 넘는 기수가 거의 없는 것이 한국경마의 진풍경이었다. 이런 세계경마의 현실과 비교할 때 한국경마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993년 마주제 경마로 전환된 이후 한국 기수들의 나이도 30세를 넘기는 기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한국경마의 현실을 생각할 때 부정의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하면 경마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현상의 선두에 박태종 기수가 서 있다. 박태종 기수의 현재 나이는 49세다. 지천명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기승술을 선보이고 있다. 흔히 경마는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고 한다. 경마의 우승조건은 말의 능력이 70% 기수의 기승술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박태종 기수는 이러한 정설을 뒤집고 있다. 마칠인삼을 인삼마칠(人三馬七)로 바꾸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의 기승술은 다른 기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박태종 기수의 모습은 지천명을 앞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미소년같은 풋풋함으로 늘 편안하다. 그의 모습은 때론 투박해 보일정도로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나는가 하면, 최고의 경지에 오른 프로다운 날카로움이 함께 공존해 있어 매우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한국경마의 역사를 늘 새롭게 밟아가고 있는 박태종 기수는 아직도 그가 쌓아가고 있는 기록에 어린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양 그렇게 해맑게 기뻐하고 있다. 과거의 화려함에서 장인의 혼이 담긴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이어져 오는 그의 발자취에 따라 세워질 이정표는 한국경마가 선진화가 되어가는 과정에 중요한 역사로 남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