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억 원의 상금을 놓고 격돌하는 2014 그랑프리 경마대회의 날이 밝았다. 한국 경마에서 유일하게 경마팬이 직접 대회 출전마를 결정하는 그랑프리 경마대회는 오늘 과천에 있는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제9경주 2,300m 최 장거리 레이스로 펼쳐진다.

한국마사회는 그랑프리 출전마 선정을 위해 11월 15일(토)부터 23일(일)까지 모든 경마팬을 대상으로 KRA홈페이지(www.kra.co.kr)를 통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올해 경마대회 및 특별경주 우승마, 혹은 최근 1년간 승군점수 상위마를 선정해 등록된 최종 투표 대상마는 서울 10두, 부경 15두. 서울과 부경 경주마 각 2두씩 총 4두에게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투표결과 635표를 얻은 서울의 ‘원더볼트’와 580의 부경 ‘벌마의꿈’이 각 경마장 최고 인기마로 선정됐다.

올해 그랑프리에는 총 13두의 대표마들이 출전했다. 서울에서는 ‘원더볼트’를 필두로 ‘삼정제왕’·‘장미언덕’·‘언비터블’·‘러시포스’·‘클린업조이’까지 총 6두가 출전했다. 부경은 ‘벌마의꿈’·‘노바디캐치미’·‘경부대로’·‘고스트위스퍼’·‘매직댄서’·‘천지불패’·‘메이저킹’까지 총 7두가 출사표를 던졌다.

‘원더볼트’는 4세를 맞은 2014년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올 시즌 ‘원더볼트’의 성적은 8전 3승 2위 3회로, 특히 지난 8월에 열린 아시아챌린지컵에서는 싱가폴과 일본의 쟁쟁한 원정마들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635표라는 압도적인 인기는 그동안 그랑프리에서 부경에게 열세를 보여 왔던 서울 관계자와 경마팬의 기대치를 반증하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부경의 ‘벌마의꿈’ 역시 7전8기의 대명사로 꼽히며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 해 그랑프리 참패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던 ‘벌마의꿈’은 오랜 공백 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경주로에 복귀해 2000·2200M 거리 신기록을 경신했다. 기량의 최절정에 달한 ‘벌마의꿈’이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부경의 대표마방인 김영관 조교사의 19조와 울줄리 조교사의 30조에서는 각각 2두의 경주마를 출전시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지피고 있다. 두 조교사 모두 자신의 마방을 대표하는 국산마와 외산마를 출전시켰기에 이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올해 그랑프리는 전반적으로 4세마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는 3세마가 2두 출전해 이변을 노린다. 특히 ‘삼정제왕’은 직전 KRA 컵 Classic(GⅢ)에서 쟁쟁한 외산 건각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경주로 시행된 2009년부터의 우승마를 살펴보면 서울에서는 ‘동반의강자’와 ‘터프윈’을, 부경에서는 ‘미스터파크’와 ‘감동의바다’,‘인디밴드’를 배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인디밴드’와 ‘지금이순간’이 외산마와 동일한 조건 속에서 경주를 펼쳤음에도 동반 입상에 성공해 국산마의 자존심을 세운 바 있다. 올해 역시 4두의 쟁쟁한 국산마가 출전한 가운데 지난해의 영광을 이어갈 난세의 영웅이 등장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다.

한 해의 최고 경주마를 가리는 대회인만큼 그랑프리는 수많은 기록들을 배출해냈다. 김영관 조교사는 ‘미스터파크’와 ‘감동의바다’·‘인디밴드’까지 그랑프리 트로피만 3개를 독식하며 경마계의 히딩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디밴드’는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연이어 제패한 유일한 경주마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또한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경마에서는 큰 대회일수록 이변이 발생하기 쉽다. 이변은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 경마가 가지는 매력이기도 한다. 최고의 경주마 타이틀을 안을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지켜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