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들이 울상이다. 적자마주가 누적되는데다가 부와 명예의 상징이라는 지위가 사회로부터 멸시를 받는 신분으로 인식되면서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5월말로 종합소득세 신고 및 납부가 이뤄지면서 마주들의 근심과 걱정은 산더미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몇몇 마주들은 본사에 전화를 걸어와 당장 마주를 때려치고 싶은데 몇 마리 가지고 있는 말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죽을 맛이라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누구든 자신의 경주마를 한꺼번에 인수할 사람이 있으면 모두 처분하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으니 좀 알아봐달라는 부탁(?)까지 곁들였다. 필자는 마주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어쩌다가 한국경마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한심스러웠다.

적어도 선진경마국에서 마주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그러나 한국경마산업에서는 아니다. 한국경마산업에서 마주는 부와 명예의 상징은 커녕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베팅꾼으로 멸시당하는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마산업에서의 마주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스스로의 문제라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어쩔수없이 환경과 제도에 의한 희생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종합소득세 신고 및 납부를 마친 마주들 중에는 경주마로 상금을 벌어봤자 세금내고 나면 관리비 조달하기가 너무나 벅차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관리비를 납부하지 못해 체납된 금액이 수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마주들 중에는 경주마에 압류가 가해지거나 앞으로 그럴 개연성이 다수가 있다는 소식이다.

현행 종합소득세는 1년에 총 소득이 8천만원이 넘을 경우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어쩌다 경마대회에서 우승하여 8천만원의 상금을 벌었을 경우 결국 40%인 3천2백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계산이다. 2억원을 번 마주는 무려 6천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어디 이뿐이랴. 매달 관리비며 진료비를 합하면 결국 경주마 1두당 평균 1백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차떼고 포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마주노릇 못해먹겠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마주는 명예직이나 조그만 희생은 감수하는 것이 옳지않겠는가’라고 응수하자 ‘마주가 아무리 명예직이라고는 빚까지 내면서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우리 사회가 또는 한국마사회가 마주의 명예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가라고 항변한다.

그렇다 필자가 본 경마선진국의 마주와 한국의 마주는 질적으로 다르다. 적어도 경마선진국에서의 마주는 그야말로 귀빈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니다. 그저 경마시행을 위한 소모품에 지나지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처음 개인마주제로 전환할 때 한국마사회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 되게 하기 위해’ 마주를 위한 여러 약속들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필자가 수차례 지적을 했듯이 한국의 경마산업은 그 본질을 망각한채 마권매출 증대에만 혈안이 되어왔다. 경마산업의 본질은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여 경주에 투입시키고 검증과정을 거쳐 다시 생산으로 환류시키는 것이다. 마권매매는 경마산업의 한 지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대도 한국경마는 마권매출로만 통계가 이뤄지고 그것만이 경마산업으로 치부되어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다. 경마역사는 있었지만 진정한 경마문화는 없었던 것이다.

일부 마주들의 푸념섞인 전화를 받으면서 한국경마산업의 암담한 현실이 벽으로 느껴졌다.그러면서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각 분야마다 아귀다툼이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서글픔을 넘어 비애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입장인원과 매출액이 급락해 한국경마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었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조그만 이익에만 급급하여 소탐대실(小貪大失) 하지말자.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