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孫子兵法)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아시다시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 100번 모두 승리한다는 격언이다.

그러나 한국경마에서는 이 격언이 잘 통하지 않는다. 제대로 알아도 이기기 힘든 것이 한국경마라는 이야기다. 다른나라 경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한국경마는 특히 더심하다. 왜 한국경마만 이 격언이 적용되기가 특히 더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경마시행시스템의 문제에서 기인된다고 할 수 있다. 좀더 명쾌하게 설명하자면 경마시행제도의 문제점과 경마창출자들의 프로의식 결여가 결합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면 될 것이다.

한국의 경마시행제도는 아직도 곳곳에서 일제시대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요소가 많이 있다. 마주제경마가 시행된 이후에도 겉모양만 선진화의 틀을 만들었을 뿐 속 내용은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고 경마를 시행하던 시행체마주제 시절의 통제와 규제 비경쟁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우선 현재의 마주제를 살펴보자. 한국의 마주제는 선진화된 경마시행국과는 달리 심사에 의한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조건과 자격을 갖춘 사람일지라도 마주자격을 얻지 못해 차명마주 또는 대리마주라도 하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고 정작 마주가 된 사람들 중에는 계속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바른 마주제로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주마를 소유한 국민이면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도록 단순한 등록제로 개선하는 것이 옳다. 선의의 자율경쟁에 의해 마주제가 유지 되어야만 경주마 생산에도 도움이 되고 경마산업 전체의 볼륨도 커져 한국경마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상금제도는 어떠한가. 전체 상금의 규모가 적은데다 경주의 격에 따른 상금격차가 크지않아 소위 나눠먹기식이 팽배해 있다. 물론 단일경주에서의 순위에 따른 상금격차는 많이 벌어져 있지만 이것으로 공정경마를 보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우수한 경주마가 벌어들이는 상금이나 저질의 경주마가 벌어들이는 상금의 격차가 크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적자마주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이 여파로 일부 마주들은 상금벌이 보다도 베팅을 통해 적자를 만회하려는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어 경마장 내에는 소위 ‘간다’ ‘안간다’는 루머가 팽배해지고 경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정경마를 위해서라도 현행 상금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상금제도의 개선은 경주편성제도와 맞물려 고려를 해야한다.

현행 군체계의 경주편성제도를 폐지하고 경주마의 성별 나이 우승횟수 수득상금에 따른 경주편성으로 바꿔야 한다. 가용 가능한 모든 경주마를 대상으로 위의 4가지 조건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편성을 하게 되면 경주의 박진감도 훨씬 높아지고 부정시비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경주마의 질에 따라 상금 격차를 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이 낮은 경주마는 적은 상금이 걸려 있는 레이스에서 그들끼리 승부를 겨루도록 해야하며 질이 좋은 경주마는 많은 상금이 걸려 있는 레이스에서 그들끼리 겨루도록 해야한다. 그래서 질이 낮은 레이스에서 1위를 하는 것보다 질이 높은 레이스에서 5위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도록 경주편성과 상금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부러 승부를 기피하는 현상이 없어져 경마에 대한 공정성 시비에도 휘말리지 않을 뿐만아니라 경마의 묘미도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각종 제도와 규정 기준 등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도록 고치는 것이 시급하다.말등록 및 생산정책에서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 마권종류의 다양화 및 마권구매 상한선 폐지, 경마정보의 개념정립 및 유통구조의 자율화, 경주마 중심으로의 환경개선.........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너무나 많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시행한들 무엇하랴.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 경마창출자들이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매경주 전력질주를 하지않는다면 한국경마는 사회의 부정적 편견에 갇혀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