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지난해 미국 씨수말 1위 에이피인디(AP. Indy)도 한국에 오면 씨수말로 등록할 수 없었다. 고환이 한쪽 뿐이라는 것이 등록불가 이유였다. 90년대 유럽 연도대표마였던 댄싱브레이브도 한국으로 수입되었더라면 씨내리를 할 수 없었다. 소위 앵무새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 유명 씨수말들도 한국에 오면 자유롭게 씨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마사회가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되던 말(서러브렛종) 심사기준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말등록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말(서러브렛종) 등록규정과 말심사기준을 개정했다. 말등록규정의 경우 개체식별 및 친자확인 방법에 있어 현행 혈액감정외에 유전자감정을 추가함으로써 보다더 과학적으로 마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규정의 개선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말등록규정에 따른 심사기준 상의 ‘실격조건’을 폐지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마사회는 말등록규정 상의 기타사항에 의한 말심사기준을 두어 6종류의 실격조건을 두었었다. 동요병, 백내장, 앵무새입증, 천명증, 단고환, 잠복고환 등이었다. 그러나 이는 선진경마국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않는 조건들이었다. 오히려 단고환인 에이피인디가 세계 1위의 씨수말이 되었으며 자손들의 능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곤웨스트의 경우도 단고환이다. 특히 한국마사회가 소유하고 있는 씨수말 라시그니는 곤웨스트의 자마이기도 하다.

한국마사회는 지금까지의 씨수말 등록심사는 국산마 개량의 계획적 추진, 말의 결함에 대한 경마 및 생산관계자의 인식부족, 유전적 불량형질을 소지한 개체의 번식이용 원천차단 등을 목적으로 엄격하게 기준을 설정 시행하여 왔으나 최근 민간의 씨수말 교배사업 참여확대, 말의 결함에 대한 인식확산, 우수마 생산을 위해 다소의 유전적 결함을 감수하고서 교배를 실시하는 농가의 경향 등 국내 생산환경이 다변화되어 씨수말 심사기준의 개선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실격조건을 폐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마사회의 결정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전세계의 경마산업은 서러브렛종을 중심으로 통일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어느 나라가 보다더 질좋은 서러브렛종 경주마를 생산 육성하고 경주에 투입시키느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각국은 어느 나라가 더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는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때 한국마사회의 이번 정책결정은 우수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아직 한국의 경마산업은 기형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 이후 본격적인 국산마 생산에 돌입했으며 93년에는 마주제로 전환했고 95년에는 한국혈통서를 발행함으로써 한국경마산업도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파트3국가에 진입하여 한국경마의 국제적인 위상을 더욱 드높이고 있는 과정이다.

아직은 미흡한 부문이 많이 있지만 하나하나 선진화된 정책들을 시행함으로써 우리 경마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우리 경마산업이 세계로 도약해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비경쟁적 요소들을 과감하게 척결하고 선의의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마주제를 전면적으로 오픈하여 범법자가 아닌 국민이면 누구나 경주마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며 생산과 육성의 장애요인들도 제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수 국산마를 생산하여 한국의 경마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으로 우리의 경주마를 수출하는 길도 개척해야 할 것이다. 경주편성과 상금제도를 연계하여 경주의 박진감을 높이고 경마산업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도록 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한국마사회의 과감한 개혁조치에 큰 박수를 보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