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스킷`과 `하루우라라`에 대한 단상

‘시비스킷’(Sea Biscuit=선원들이 사용하는 비상식량)과 ‘하루우라라’(春うらら= うららな春의 강조 표현, 화창한 봄)라는 경주마를 놓고 세계 경제대국 미국과 일본이 뜨겁다.

미국에서는 경제대공황이라는 비상한 시기에 맹활약을 펼쳤던 한 경주마를 소재로 소설이며 영화며 캐릭터가 등장해 미국대륙을 들썩이게 만들더니 최근 일본에서는 지난 3일 1백13회째 경주에 출전하면서 아직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경주마를 놓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경주마는 선원들이 사용하는 비상식량이라는 뜻의 ‘시비스킷’이라는 경주마가 그 주인공이고 일본열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경주마는 화창한 봄이라는 뜻을 지닌 일본민요의 한구절을 차용해 이름지어진 ‘하루우라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두 마리 경주마는 활약상에서는 전혀 판이한 상황을 보이고 있지만 양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면에서는 똑같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시비스킷’의 활약을 살펴보자. 1929년 아메리카대륙은 대공황이 일어나면서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내수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시장경제가 붕괴되고 가족이 해체되는 절망의 시기였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시비스킷’이 태어났다.아비마 ‘하드텍’과 어미마 ‘스윙온’ 사이에서 태어난 ‘시비스킷’은 발육부진의 볼품없는 망아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 ‘맨오워’는 1926년 미국 씨수말 1위를 차지했던 유명한 경주마였다. 혈통만 우수할 뿐 ‘시비스킷’의 마체는 볼품없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

이 경주마는 마주 찰스 하워드, 조교사 톰 스미스, 기수 레드폴라드를 만나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되었다. 이후 ‘시비스킷’은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1930년대말까지 10여년 동안 경주마로 활약하면서 총 89전 33승(블랙타입 26승) 준우승 15회의 성적을 거뒀다. 5만마일(8만km=지구 두바퀴를 횡단하는 거리)이라는 거리를 기차로 이동하면서 당대 최고의 경주마들을 모조리 물리쳤다. 특히 1938년 전년도의 3관왕 경주마 ‘워에드미럴’(War Admiral)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 경마사상 최고의 대결로 인정받고 있다. ‘시비스킷’은 이같은 맹활약을 펼치면서 좌절과 시름에 젖어 있던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하루우라라’(암말 8세)는 어떠한가. 1996년 호카이도 미쯔이시지역의 조그만 목장에서 부마 ‘닛뽀데이오’ 모마 ‘히로인’ 사이에서 태어난 ‘하루우라라’는 전혀 관심권 박에 있는 경주마였다. 경마장의 저속한 표현으로 하자면 소위 ‘덩말’ 범주에 속한 ‘하루우라라’는 그래서 중앙경마장에서는 활동하지 못하고 시코쿠 고우치겐(高知縣)에 있는 지방경마장 고우치경마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일 출전한 경주를 포함 모두 113회 경주에 출전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최고의 성적은 준우승 5회, 3위 7회가 고작이다. 서울경마장에서 몇 년전 퇴역한 ‘당나루’를 연상시키는 경주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이 경주마를 놓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언젠가는 우승을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비록 출전할 때마다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열심히 달리는 ‘하루우라라’의 모습을 통해 일본인들은 스스로 위안받고 새로운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시비스킷’과 ‘하루우라라’의 활약상은 천양지차로 다르지만 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는 마찬가지다. 한 마리는 영웅적인 활약을 통해서 용기를 불어넣고 또한마리는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달리는 모습을 통해서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 두 마리 경주마는 시대적으로 사회경제의 위기상황을 뚫고 달렸거나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경주마는 경제대공황의 위기를 뚫고 달렸고 일본의 경주마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의 터널을 뚫고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경마에서도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경주마가 탄생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