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관하는 2004년 이어링세일(Yearling Sale)이 10월12일과 13일 제주육성목장에서 열린다. 이번 경매에는 3세마 1두와 2세마 13두, 당세마 1백29두 등 모두 143두의 예비 경주마가 상장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시행되는 이번 이어링세일에는 중앙목장 넓은목장 늘푸른목장 대천목장 송당목장 등의 메이저목장들과 자체경매를 시행하고 있는 금악목장까지 가세해 경매열기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링세일이란 영어대로 풀이하면 한 살짜리 경주마 경매라는 뜻이다. 좀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18개월령 경주마 경매를 말한다. 보통 경주마는 봄철에 많이 태어나고 이듬해 가을이면 18개월 정도가 되는데 이들 경주마 경매를 보통 이어링세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미 선진 경마국에서는 6개월령 경주마세일(Suckling Sale) 1세마세일(Select Sale) 이어링세일 2세마세일(Traning Sale) 혼합세일(mixed sale)등 다양한 경매가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경매시장을 통해서 마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질좋은 경주마생산에 활력을 불어넣게 되는 것이다. 여러종류의 경매 중에서도 이어링세일이 가장 인기가 높으며 혈통이 우수하고 경주마의 질이 좋을수록 그리고 어린 경주마일수록 가격이 높은 특징을 보여준다.

이어링세일은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투입 등 경마산업 사이클을 빨라지게 하고 그만큼 경주마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매문화도 이어링세일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경매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씨수말의 자마들이 대거 상장돼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제 한국경마도 1000m를 59초에 주파하는 경주마가 속속 등장하는 등 경주마의 질이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경마대회에서 복병마들이 선전하면서 경주마의 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한국경마산업의 수준을 생각할 때 발전해나가야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경마산업의 본질은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의 사이클을 통해서 각종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와 마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나 통제에 묶여 마주 수가 극히 제한돼 있다보니 경주마 수요창출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극심한 내수침체와 경마산업의 위축현상으로 투자를 꺼리는 마주가 급증해 경주마 매매가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질지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다.

결국 경주마 매매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행 마주제의 전면적인 개선이 불가피하다. 범법자가 아닌 국민이면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도록 하여 경주마 소유 욕구를 극대화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경마상금과 연계한 경주체계의 개선을 통해 경마상금이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고 매매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새삼 강조할 필요없이 중요한 정책이다.

2년전부터 마권매출액의 급격한 하락은 경마산업 전분야에 걸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매문화로 등장한 이어링세일이 실시된다. 이번 이어링세일의 성공여부는 앞으로 한국경마산업이 계속 번영발전해갈 것인지 사양화의 흐름에 갇혀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인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같다.

지난주 추석경마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뜻밖의 흥행을 거두었다. 추석경마를 통해서 우리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도박 또는 사행산업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한 한국경마는 추석경마 시행을 놓고 비난과 비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의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번 이어링세일이 멋지게 성공하여 경주마를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경마산업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