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의 여파로 허리띠를 잔뜩 졸라메며 다사다난하게 보냈던 2004년이 저물어간다. 2002년 하반기부터 극심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던 경마산업은 올해들어 더욱 위축이 되면서 모두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준 한해였다. 이런 어려운 과정에서도 ‘혼이 있는 경마, 국적 있는 경마시행’의 기치를 내걸고 국산마 생산에 박차를 가해온지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경마 선진화를 위해 마주제 경마를 시작한 지도 11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경마산업은 이대로 사양화 길로 접어들 것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마산업은 여타의 유사 사행산업과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행산업들은 서비스 위주의 소위 3차 산업부문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마산업은 그렇지않다.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1차산업, 경마장과 목장건설 등 각종 시설 설치의 2차산업, 마권발매 위주의 3차산업, 그리고 각종 정보를 취급하는 소위 4차산업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단계별 산업의 과정에서 각종 부가가치도 다양하게 창출되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즉 1차산업-2차산업-3차산업-4차산업의 단계별 또는 해당 산업 내부에서도 자율적인 경쟁을 통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것이다.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1차산업만 놓고보더라도 경주마의 판매 뿐만아니라 교배과정 순치과정 등에서 다양한 부가가치가 생성되고 있다. 아직은 한국은 걸음마단계에 있지만 교배료가 경주마의 몸값보다 더 비싼 경우까지 생긴다. 순치과정에서도 누가 더 경주마를 잘 훈련시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몸값이 천차만별이 되기도 한다. 경마시행에서 경주의 우승 횟수가 높아질수록 해당 경주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오르는 특징까지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아니지만.......
결국 경마산업은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의 순환시스템을 통해서 발전하는 것이본질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마산업은 이러한 순환시스템이 기형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권발매의 3차산업만 비대하게 발전해와 경마산업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국민들로부터는 부정적 편견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마산업이 올바른 발전방향을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비경쟁적 요소들을 과감히 척결하고 자율경쟁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자율경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폐쇄와 통제, 규제를 철폐해야만 한다.
세계적으로 마주 숫자를 제한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경주마만 소유하면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마주 숫자를 제한하다보니 생산이나 경주마 수급에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마주가 많아지면 경마산업 기반이 그만큼 튼튼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마권구매 상한선을 폐지하는 것도 세계와의 경쟁에 나서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속한다. 경주편성도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했던 시절의 제도를 답습하고 있다. 경마정보에 대한 개념정립 조차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상금제도도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경주마의 질을 계속 높여 국제경주가 가능토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강도 높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그것이 비록 질투와 시기 또는 음해로 인한 진정과 투서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 할지라도 경마산업 관계자 모두에게 어떻게 하면 한국경마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인가를 반성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감사원 감사가 다른 사람의 잘못이 더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잘못된 경마시행규정 또는 마주협회나 조교사협회의 내부규정에 의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지않을까 걱정이다. 정작 더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빙산의 일각이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외부에 알려져 명예에 손상을 당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는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2004년을 마무리하면서 남이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나는 그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여 모두가 함께 잘되는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